[노창희 칼럼] 코로나 이후 스트리밍 생태계의 향방은?

2021-05-07 10:00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한 야외활동 감소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나타난 한 해였다. 2019년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경쟁자들이 스트리밍 시장에 진입하면서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넷플릭스를 포함해서 2020년은 OTT 사업자들이 전체적으로 동반 성장하는 흐름을 보였던 한 해였다. OTT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겠지만 아마도 2020년과 같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를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인류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백신 접종과 그로 인한 코로나 감염 위험 감소가 미디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기준으로 4월 20일에 발표된 2021년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급증했던 넷플릭스의 가입자 성장률이 둔화되었다. 코로나 확산 이후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넷플릭스의 2019년 대비 가입자 성장률은 모두 전년 같은 분기와 비교할 때 20%를 넘어섰다. 하지만 2021년 1분기는 2020년 1분기와 비교할 때 가입자 성장률이 13.6%로 크게 낮아졌다. 넷플릭스는 2020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1년 1분기에 가입자가 작년 4분기와 비교할 때 600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398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2021년 2분기 가입자를 2021년 1분기 가입자 전망인 2억966만명보다도 낮춰 2억864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전례 없이 폭증하던 넷플릭스 가입자 성장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성장률 둔화는 코로나로 인해 발생했던 변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 아닌가 해석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실적 발표 다음 날이었던 4월 21일 넷플릭스의 주가가 7% 이상 하락한 것은 가입자 성장률 둔화와 같은 부정적 흐름이 사업자의 미래 가치 평가에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성장률 둔화의 원인을 코로나로 인한 이용자의 부담 증가와 콘텐츠 제작 지연을 꼽고 있다. 경쟁자들의 스트리밍 시장 진입으로 인해 높아진 경쟁 압력과 코로나 상황 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 변화와 높아진 경쟁 압력은 분명히 스트리밍 시장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넷플릭스가 언급한 가입자 성장률 둔화의 원인은 넷플릭스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M 리포트 ‘넷플릭스 1/4분기 실적 발표의 함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OTT 성장세’를 통해 다음과 같은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먼저 코로나의 영향이다. 아직까지 코로나 상황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황은 차츰 호전될 것이다. 야외활동이 늘어나게 된다면 OTT 이용시간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사정이 어려워진 이용자들은 SVOD 가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경제적 어려움은 가처분소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정상적으로 콘텐츠 제작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변수다. 신규 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넷플릭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이미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디즈니와 같은 전통적인 콘텐츠 영역의 강자도 콘텐츠 제작이 지연된다면 가입자 확보와 가입자 이탈 방지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높아진 경쟁 압력의 영향이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날지도 중요한 변수다. SVOD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AVOD 이용량도 늘어나겠지만 갈수록 성장 폭은 둔화될 것이다. 넷플릭스와 같이 이미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사업자의 경우 가입자를 추가로 확보하는 전략과 더불어 프리미엄 서비스 출시와 같은 전략을 고민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 이와 더불어 자신들의 가치를 가입자로만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증명할 필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가입자 확보에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오랫동안 아카데미를 포함한 영화제에서 수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실적 발표 직후에 있었던 제93회 아카데미 시장식에서 넷플릭스는 7개 부문에서 수상하여 최다 수상작과 최다 후보작(36개)을 배출한 스튜디오가 되었으나 정작 5대 주요 부문(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에서는 수상하지 못했다. 디즈니, 워너 브러더스, 아마존 등 스트리밍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는 사업자들 모두 아카데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제 수상을 포함하여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평판 관리에도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스트리밍 생태계의 변화가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2021년에도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제작 투자는 이어질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다른 글로벌 사업자들도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경쟁과 협력은 이어질 것이고,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 스트리밍 생태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노창희 필자 주요 이력 

▷중앙대 신문방송학 박사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디지털경제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