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 총재, 긴축 전망 엇박자…불확실성에 갈피 못 잡는 시장

2021-06-22 12:27
뉴욕 총재 "경제회복·물가상승 전망 불투명…긴축 준비 안 돼"
댈러스·세인트루이스 총재 "충격 완화 위해선 조기 긴축 필요"
뉴욕증시, '비둘기' 연준 인사 매파 발언에 빠졌다가 다시 상승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 통화긴축 정책 도입 여부를 두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주식, 채권 등 주요 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을 주도하는 중앙은행 연준의 분열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 시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로이터통신]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연은 총재들은 공개발언을 통해 연준의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 등 긴축 도입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화상으로 열린 미국 중형은행연합(Midsize Bank Coalition of America) 행사에서 미국 경제가 아직 완벽하게 회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시장에서 제기하는 연준의 긴축 정책 도입은 아직 멀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다른 비대면(온라인) 공개 토론회에 참석해 앞으로 다가올 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조기 긴축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 18일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 대담(인터뷰)에서 2022년 말 조기 금리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혀 뉴욕 3대 지수 하락을 촉발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연은 총재들의 공개발언은 카플란 총재, 불러드 총재, 윌리엄스 총재 순으로 이뤄졌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사진=CNBC 누리집 갈무리]

 
◆"시장 충격 완화 위해선 '긴축' 지금이 적기"

카플란 총재는 "우리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극복과 목표 달성을 향해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 이 때문에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의 조정을 차라리 일찍 시작하는 게 더욱 건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훗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일찍 가속페달에서 부드럽게 발을 떼는 것을 선호한다"며 연준의 통화정책을 재검토할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3년 연준의 갑작스러운 자산매입축소로 벌어진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 재현을 막으려면 지금부터 유동성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불러드 총재 역시 "경제가 올해 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한 위치에 있다"면서 연준의 자산매입축소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상방 리스크(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연준의 자산매입축소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하며 "연준은 이제 막 관련 논의를 시작했고, 어느 정도 (자산매입축소 계획의) 윤곽이 잡히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왼쪽)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누리집 갈무리]

 
◆"경기회복·인플레 전망 불투명···긴축 시기상조"

반면 윌리엄스 총재는 연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회복에 대해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며 현재의 경기부양책을 축소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중기 전망이 매우 좋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경제) 지표와 여건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경제 회복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통화(완화)정책의 입장을 바꿀 만큼 충분히 진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22일 미국 하원 청문회 참석을 앞두고 공개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사전 증언자료(발언록)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파월 의장은 발언록을 통해 미국 경제가 계속해서 개선되는 동안 물가상승률도 상승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코로나19 관련 병목현상이 사라지면 물가상승세가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용시장에 대해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증가하면 몇 달 안에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윌리엄스 총재는 공개발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FOMC 위원들이 자산매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통화긴축 정책을 요구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어 정책입안자들이 자산매입축소에 대한 논의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 총재는 "우리는 확실히 약간의 (경제회복) 진전을 이뤘다. 우리는 고용의 진전을 봤고, 인플레이션도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내 관점으로는 연준의 고용 목표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물가상승) 대부분은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며 올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3%까지 오른 뒤 내년 이후에는 연준의 정책 목표치인 2%로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당히 불투명하다. 관련 데이터(지표)를 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윌리엄스 총재는 또 앞서 금융시장이 FOMC 정례회의 결과를 두고 2013년 긴축발작을 우려하는 것에 대해 "시장은 연준이 말한 것에 반응하고, 경제 전망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를 한 것에 불과하다"며 시장의 과도한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이소에이츠 회장. [사진=마켓워치 누리집 갈무리]

 
◆방향 못 잡는 시장···헤지펀드 대부 "연준, 긴축 어렵다"

시장은 연준 주요 인사들의 엇갈린 긴축 전망에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지난 18일 미국 뉴욕증시는 연준의 대표적인 '비둘기파(dove·온건파)' 인사인 불러드 총재의 '매파적(hawkish·강경파)' 발언에 추락했다. 특히 다우존스산업30평균지수는 5거래일 연속 하락을 기록하며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 이후 최악의 주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18일)보다 586.89포인트(1.76%) 오른 3만3876.97을 기록, 지난 3월 5일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연준의 긴축 전환 우려가 과도했다는 해석과 함께 저점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다.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은 이날 카타르 경제 공개토론회에서 연준의 긴축 필요성에 동의했다.

하지만 재정 부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확대로 채권수익률(시장금리)이 상승하고 있어, 연준이 자산매입축소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의 긴축 행보가 시장의 변동성을 극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오히려 연준이 시장금리 안정화를 위해 채권 매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해 주목을 받았다. 연준이 자산매입축소를 언급하고 있지만, 현재 채권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긴축 시기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이로 인해 연준 내에서도 긴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WSJ은 연준의 긴축 도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윌리엄스 총재가 FOMC 상임 위원장으로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플란 총재와 불러드 총재는 올해 FOMC 정례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연준 인사라고 부연했다. 윌리엄스 총재의 '긴축 시기상조' 발언이 연준의 입장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