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늘어도 수익성 떨어져"...중소 조선업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비명'
2021-06-22 07:03
조선업 호황에도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구리 등 국제 원자재가격은 치솟는데 납품가격은 한푼도 올리지 못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중소 조선업계에 불리한 납품단가 산정 방식을 조정하지 않으면 국내 조선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 “원자재가격 80~90% 뛰었다··· 납품단가 불공정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급격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계의 부담이 가중되는 이유는 해묵은 납품단가 조정 문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국내 조선산업이 부흥하려면 기자재 산업도 반드시 동반성장해야 한다. 국내에선 대부분 영세한 기업들이 기자재 산업을 이끌어 가는데, 현재 납품단가 조정 방식은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정부는 조선업도 기간산업으로 인식해 더욱 현실적인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산업 인프라는 결국 붕괴하고, 붕괴한 인프라를 원상복구하는 데는 최대 2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중소 조선업계는 주로 입찰이나 납품계약 방식으로 일감을 받는다. 이 방식은 계약 당시 책정한 원자재가격을 도중에 바꿀 수 없다. 원자재가격이 오르면 중소기업이 상승분을 모두 짊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원·하청의 수직적인 관계도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요청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선수금 환급보증제도(RG)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으로, 조선사가 선주와의 수주 계약을 마무리짓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주52시간도 준비 안 됐는데”··· 정책 일방통행도 부담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선업만 해도 내수 목적이 아니라 국제 경쟁을 통해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시세를 맞춰야 한다. 재료 가격은 어느 국가나 비슷하다. 결국은 임금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맞추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이 감소해 산업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며 “대기업은 별 문제가 없지만 중소기업은 산업·규모별로 유연하게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 주52시간제 도입 준비가 안 됐다고 아우성치는데, 정책 추진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책 없는 정책은 정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