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번지는 녹색금융 바람…"규모 아닌 내실 기해야" 지적도

2021-06-22 19:00
시중은행, 녹색채권 발행 줄이어…KB도 금융지주 첫 채권 발행 성공
"돈만 뿌리면 안돼"…리스크 관리 등 준비 미비 따른 부작용 우려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금융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녹색채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단순 양적 확대가 아닌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최근 1100억원 규모(10년 콜옵션, 금리 3.6%)의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국내 금융지주사가 녹색채권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금융 계열사인 KB국민은행, KB증권도 올들어 각각 1000억원, 11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여타 금융지주·은행들도 녹색채권 발행에 적극적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 40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고, 하나은행은 녹색사업 투자 등을 위한 ESG 후순위채권(4350억원 규모) 발행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도 올해 상반기에만 각각 2000억원, 9127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통해 녹색사업 지원에 나섰다. NH농협은행도 올해 상반기 원화 선순위채권을 녹색채권으로 발행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진행했으며 산업은행 또한 지난 3월 3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카드사 등 2금융권도 녹색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올해 상반기 녹색채권 발행에 나선 곳은 현대카드(4500억원), 신한카드(800억원), 현대캐피탈(3000억원) 등이다. 조달된 자금은 주로 친환경 차량 사업 지원에 활용될 예정이다. 

녹색채권은 기후변화, 재생에너지와 같은 친환경 프로젝트나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된 채권을 말한다. 금융권이 녹색채권 발행에 관심을 갖는 것은 '친환경 사업'으로 자금 활용처가 국한된 만큼 해당 분야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더욱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친환경을 통한 이미지 쇄신도 꾀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녹색채권의 경우 발행금리가 일반채권보다 낮은 이른바 ‘그리니엄(그린+프리미엄 합성어)’도 얹을 수 있어 비용절감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요즘과 같은 시장금리 상승기조 속에서는 더욱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행처럼 번지는 녹색금융 트렌드를 두고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그동안 녹색금융의 중요성에 대해 꾸준히 주창해 왔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돈을 뿌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녹색금융 성과를 비교할 수 있는 측정법이 나왔을 때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진정한 녹색금융을 만들 수 있도록 면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SGI서울보증보험)과 환경기관(환경산업기술원)이 공동 출범한 ‘한국녹색금융포럼’ 창립 세미나에서도 녹색금융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현석 연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금융기관 자체적인 환경 관련 위험평가가 쉽지 않다”면서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와 녹색금융인재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녹색채권과 관련해 “통일된 녹색의 정의와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는 점, 채권 인증과 채권 등급 상장 절차의 정비 미숙, 투자가 가능한 친환경 프로젝트나 사업이 부족하다는 점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