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달·화성 거쳐 우주정거장…'우주굴기'에 들끓는 애국주의

2021-06-17 13:35
유인우주선 선저우12호 발사 성공
내년말까지 우주정거장 완공 목표
習 독려, 달·화성 탐사 괄목할 성과
미·중 우주경쟁 격화, 2045년 추월
"조국 더 강해져야" 애국주의 열풍

유인우주선 선저우 12호 승무원 3명이 17일 발사 전 열린 기념 행사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중국이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12호 발사에 성공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의 '우주 굴기'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타면서 미국을 빠른 속도로 추격 중이며 중국 내 애국주의도 덩달아 고조되는 모습이다.

◆우주정거장 건설 작업 박차

17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2분께 선저우 12호를 실은 창정(長征)-2F 야오(遼)-12 로켓이 간쑤성 주취안(酒泉) 위성발사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후 선저우 12호는 로켓과 분리된 뒤 예정된 궤도에 진입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선저우 12호에는 녜하이성(聶海勝) 대장을 비롯해 류보밍(劉伯明), 탕훙보(湯洪波) 등 3명의 우주인이 탑승했다.

중국이 유인우주선을 발사한 건 이번이 19번째이며,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건설을 위한 건 처음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4월 29일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 톈허(天和)를 쏘아 보냈고, 5월 29일에는 화물우주선 톈저우(天舟)를 발사했다. 톈허와 톈저우는 5월 30일 도킹에 성공했다.

선저우 12호에 탑승한 우주인 3명은 향후 3개월 동안 우주에서 체류하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신화통신은 이들이 핵심 모듈의 일상적 관리, 2회에 걸친 모듈 밖 임무 수행, 각종 과학 실험, 귀환 테스트 등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향후 모듈(4차례), 유인우주선(4차례), 화물우주선(3차례) 등을 추가로 발사해 내년 말까지 우주정거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중국의 우주정거장은 길이 37m, 무게 90t으로 미국 등이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3분의 1 크기다.
 

17일 간쑤성 주취안 우주발사센터에서 유인우주선 선저우 12호가 발사되고 있다.[사진=신화통신]


◆미국 따라잡기 '속도전'

최근 미·중 간 우주 경쟁은 불을 뿜고 있다.

지난 2016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행성 탐사를 국가 우선 과제로 강조한 뒤 괄목할 성과가 잇따라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고, 이어 탐사 로봇 위투(玉兎) 2호는 통신중계위성을 통해 달 뒷면 관측 자료를 지구로 전송한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직접 개발한 위성항법시스템 베이더우(北斗) 구축에 성공했다. 무려 55개의 위성을 발사한 끝에 완성된 시스템으로,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독자 위성항법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백미는 지난달 무인 화성 탐사선 톈원(天問) 1호가 화성 궤도 진입과 착륙, 지표면 탐사를 단 한 차례의 시도로 모두 성공한 것이다. 역시 세계 최초의 사례다.

시 주석은 "화성에 중국인의 흔적을 남긴 기념비적 전진"이라며 행성 탐사 분야에서 세계 선진 반열에 올랐다"고 찬사를 보냈다.

물론 화상 탐사선 착륙에 9번이나 성공한 미국이 훨씬 앞서 있는 건 사실이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무섭다.

이제 민간 분야까지 우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 창정로켓유한공사는 오는 2024년 우주 관광 프로젝트에 착수해 2035년에는 관광용 유인우주선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2045년까지 우주 경쟁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게 목표다.
 

중국이 독자 건설 중인 우주정거장 톈궁의 내부 모습. [사진=신화통신]


◆우주굴기에 애국주의도 '들썩'

'우주 굴기'로 상징되는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중국인들의 애국주의를 더욱 고취시키고 있다.

관영 매체를 포함한 대부분의 중국 언론은 이날 선저우 12호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우주인 3명의 신상과 경력은 물론 그들의 우주정거장 내 생활 여건까지 자세히 소개할 정도다.

중국신문망은 "생활 공간이 기존 15㎥에서 110㎥로 대폭 확대돼 침낭에 들어가 서서 잘 필요 없이 편하게 누워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됐다"며 "와이파이 등 정보기술(IT) 발달로 우주에서도 가족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전했다.

발사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 여러 장을 게재한 신화통신 기사에는 2만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 '대국이라면 응당 우주를 꿈꿔야 한다', '우리의 위대한 조국과 중화민족이 더욱 강해지기를 희망한다' 등의 글을 남기고 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경쟁 격화 등의 영향으로 중국이 거둔 성취가 보도될 때마다 애국주의가 과도하게 들끓는다"며 "중국 언론들이 미국과의 대비를 강조하며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