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델타 변이 확산에 봉쇄 완화 연기..."내년 봄까지 재봉쇄할 수도"

2021-06-14 17:14
英 완전 봉쇄 완화, 당초 이달 21일에서 최대 한 달 연기할 듯

오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코로나19 '자유의 날'을 선포하려던 영국 정부가 일정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인도 이중 변이·B.1.617.2) 확산세에 자칫 섣부르게 봉쇄를 완화했다가 제3차 재봉쇄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스카이뉴스 등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4일 중 자국의 봉쇄 해제 일정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달 21일이었던 4단계 봉쇄 완화 예정일은 최대 4주까지 늦춰질 수 있다"고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존슨 총리는 영국 콘월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영국 정부)는 내일(14일) 봉쇄 완화 4단계 일정을 연기하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 관련 정보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면서 "분명히 걱정스러운 정보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례와 입원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14일 모든 사람이 확인할 수 있는 전체 정보 분석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 역시 BBC에 출연해 "봉쇄 완화 연기 결정은 신규 감염 사례와 입원 사례가 얼마나 큰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면서 "4단계 봉쇄 완화 계획을 수립하면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 코로나19 원형 바이러스와 변이 바이러스 각각의 확산세, 입원 환자 증가세의 연관성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이들 사이의 연결성은 크게 약화된 상태였다"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2차 백신 접종률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12일까지 영국에서는 18세 이상 성인 인구의 78.9%(4155만1201명)가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으며, 2차 접종까지 마친 인구는 전체의 56.6%(2979만2658명)이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따라 신규 감염과 입원·사망자 수가 큰 감소세를 보이자 총 4단계에 걸친 단계적인 봉쇄 완화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8일부터 등교 재개 등을 허용한 1차 봉쇄 완화에 돌입한 뒤 같은 달 29일에는 최대 6인까지 모임을 허용했고, 4월 12일에는 각종 비필수 상점과 문화·운동 시설을 재개방하는 2단계 완화에 들어갔다.

지난 5월 17일에는 영화관과 호텔, 공연장과 경기장을 재개방하는 3단계 재개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대형 경기장은 최대 1만명을 수용하고 결혼식·장례식 등 경조사에는 30명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하면서 봉쇄 완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영국 정부는 애초 이달 21일에 최종 봉쇄 완화 단계인 4단계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말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청년층의 감염 증가 상황을 맞으며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4단계 봉쇄 완화를 시행할 경우, 영국 정부는 사실상 모든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해제하며 나이트클럽과 술집 등 각종 유흥시설과 대규모 행사도 아무런 제한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영국 정부는 1년여에 걸친 2번의 봉쇄 조치로 악화한 여론을 달래기 위해 이번 봉쇄 완화가 '비가역적 결정'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델타 변이가 지난 4월 영국에 처음 유입한 이후,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 사례는 9일마다 2배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신규 확진자의 90%가 델타 변이 감염 사례로 확인되고 있다.

세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스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이날 하루 동안 7490명이 새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8명이 숨졌다. 영국의 누적 확진자는 456만5813명, 누적 사망자는 12만7904명이다.

앞서 1월 8일 하루 6만7849명까지 발생했던 영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 5월 3일에는 1614명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같은 달 28일에는 불과 20여일 만에 4000명 선을 넘어섰으며 이달 들어서 7000명대까지 치솟은 상태다.

코로나19 사망자 역시 더는 줄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난 1월 27일 하루 1823명이 코로나19로 숨진 이후 지난 3월부턴 100명 아래로 내려왔으며 5월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아진 상태다. 다만, 여전히 7일 평균 일일 코로나19 사망자는 10명 내외를 오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앤서니 코스텔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세계보건연구소 소장은 데일리메일에서 "실제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보고된 것보다 많을 것"이라며 "정부가 예정대로 완전히 봉쇄를 풀어버리고 한 달 안에 영국에서 10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영국의 의료 체계는 완전히 마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대학의 앤드루 헤이워드 교수 역시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실질적인 '제3차 재유행'을 일으킬 것은 분명하다"면서 "영국의 확산세가 1~2주마다 2배씩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1월 유행 정점 수준까진 이제 3~4배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영국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 추이.[자료=월드오미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