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㊱] 명품의 일상화...“패션 넘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꿈꿔요”

2021-06-15 09:51
명품 패션 플랫폼 ‘머스트잇’ 조용민 대표 인터뷰
지난해 거래액 2500억, 온라인 명품 패션 시장 점유율 1위
"온라인 명품 소비가 합리적"...MZ세대 타고 급성장
“경쟁자는 백화점...자본 시장 협업으로 유니콘 거듭”

지난 8년간 외부 투자 없이 자력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VC) 시장에 등장하자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7월 150억원의 시리즈A 투자에 이어 지난달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자 130억원 규모의 브릿지 투자를 집행했다. 명품 패션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매년 80%씩 성장하는, 점유율 1위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도 어려웠다. 주인공은 명품 패션 플랫폼 '머스트잇'. 지난해 집계된 거래액만 2500억원. 올해는 4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패션 플랫폼 시장 속에서도 머스트잇은 독보적인 성장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 명품 패션 시장 점유율 1위을 넘어 '명품 라이프 스타일 카테고리'를 바라보고 있는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를 강남구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 10여년 간 머스트잇을 이끌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조 대표는 "고객에게 얼마나 더 좋은 상품을 좋은 가격에, 편리하고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느냐가 서비스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사진=머스트잇]

8년만에 투자, 스케일업을 위한 도전
-머스트잇, 어떤 회사인가.

“명품 마켓 플레이스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다. 명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채널을 운영하는 회사라고 보면 된다. 2011년 5월 사이트를 론칭해 만 10년차가 됐다. 직원수는 60명대 초반이고, 거래액은 지난해 25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4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최근 130억원 규모의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시리즈A 투자 후 9개여 월만이다. 그동안 투자를 받지 않다가 잇따라 신규 투자 유치를 추진한 배경은 무엇인가.

“창업 후 8년 정도는 외부투자 없이 사업을 운영했다. 회사가 보유한 이익잉여금이 있었기 때문에 자금이 급하게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온라인 명품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전략적(SI) 투자를 고민하게 됐다. 주변에 유사한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과거처럼 꾸준하게 성장하는 방법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다. 중소기업 수준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는 데 만족하지 않고, 스케일업을 통해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진출이 필연적이라는 판단이었다.

외부투자를 받을지 안 받을지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다. 하지만 한 번 투자를 받고, 다음 라운드를 유치하는 것은 사업계획에 따른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브릿지 투자를) 이렇게 빨리 받을 계획은 없었는데, 카카오에서 좋은 제안을 줬다. 플랫폼 특성상 머스트잇과 전략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판단에 투자 라운드를 진행했다.”


-대기업에서도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대형 유통회사에서 SI투자를 제안해왔지만, 카카오 투자를 받는 것이 우리 상황에 더 맞았다. 대기업은 유통회사였고, 카카오는 플랫폼 회사라는 점을 비교했다. 머스트잇은 플랫폼이면서도 유통회사에 가깝다 보니 플랫폼 기업에 가까운 기업과의 협업에서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시너지가 크다고 봤다.

대형 유통사들도 IT 기반 디지털 전환을 노력하고 있지만, 워낙 오랜 업력을 가진 회사들이다 보니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료적인 성격이 남아 있다. 이것이 우리의 DNA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 대략 그림을 그려도, 두 회사의 협업은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 같은 느낌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협업 사항을 이야기한 상황은 아니다. 이번 투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서) 독립적으로 진행했고, 카카오 플랫폼은 따로 있으니 실무단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명품 카테고리와 고객, 공간의 확대
- 투자금은 어디에 활용할 계획인가.

“기술개발, 인재 채용, 마케팅 등 스케일업을 위한 전반적인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기존에 계속해왔던 사업이지만 규모를 키우려고 한다. 예를 들어, 10명의 개발자가 진행하던 업무를 30명이 하는 식이다.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역량 있는 인재 유치는 결국 탄탄한 플랫폼 시스템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머스트잇은 업계에서 가장 많은 명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지만, 아직 대중 인지도가 낮다.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 우리의 장점을 알리고, 오프라인에서 명품을 소비하려는 고객들에게도 백화점이 아닌 온라인에서 훨씬 더 저렴하고 합리적으로,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려고 한다.”

 

머스트잇은 투자 유치 이후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 중이다. 인재상은 '셀프 모티베이션'이 있는 사람.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면 누군가가 끊임없이 가치를 제시해야 하고, 결국에는 한계점에 봉착한다는 것이 조 대표 생각이다. 하나 더. 자기 일을 잘 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을 찾는다. 회사는 한두명의 에이스가 아닌 조직이 이끈다.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한 낙관적 시선, 선한 영향력이 조직의 협력을 돕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사진=머스트잇]


- 최근 들어 명품의 대중화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명품은 희소한 제품인데, 대중화되는 현상이 모순이라는 느낌도 든다.

“합리적인 추세라고 생각한다. 명품을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값비싸고, 고소득층이나 상류층이 사는 물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면 저렴한 옷을 구매해서 금방 버리고, 다시 여러 벌 살 바에야 명품 한 벌을 오래 입으면 합리적인 소비가 된다.

저도 과거에 온라인으로 2만~3만원짜리 옷을 많이 샀는데, 일 년 입고 버리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금방 버리지만 “싸게 샀으니 괜찮아”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하는 소비를 했다. 돌이켜보면 조금만 돈을 더 투자하면 좋은 옷을 사서 오래 입을 수 있었다. MZ세대들은 명품 소비가 충분히 합리적이고, 비용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더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연령대가 있는 세대는 명품에 대한 고정관념이 남아 있지만, MZ세대는 그런 인식이 없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명품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명품을 갖고 싶어 한다. 좋은 옷을 입으며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고, 누군가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경험을 통해 명품이 대중화되고 있다. 이들이 소비하는 제품이 에르메스나 샤넬은 아니다. 그보다는 조금 낮은 가격대에서 명품을 찾는 것이 MZ 세대들의 소비 패턴이다.”


- 젊은 세대의 명품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까.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도 한몫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은 좋은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살 수 있게 지원한다. 과거 내셔널 브랜드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가격에 조금만 더 보태면 온라인에서 명품을 살 수 있다. 이제는 명품 패션을 추구하거나 아예 동대문 같은 곳에서 저렴하게 패션을 소비하는 두 축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중간 가격의 내셔널 브랜드가 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경쟁자로 여기는 업체가 있나.

백화점이 가장 큰 경쟁자이지 않을까. 명품 패션 플랫폼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오프라인에는 압도적으로 많은 고객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오프라인 고객들을 온라인으로 이동시켜 올 수 있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


- 머스트잇의 스케일업 전략을 말한다면.

“결국 명품과 관련한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브 스타일 전반에 대한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명품에 있어서 모든 제품,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우선, 고객 타깃을 확장할 계획이다. 수요적 관점에서, MZ세대의 소비력도 증가하겠지만, 아직 온라인 명품이 낯선 3040, 4050세대들도 온라인의 경험이 쌓일 거다. 개인당 명품 소비 규모가 커지면서 시장의 타깃도 넓어질 거다.

중장기적으로는 상품의 카테고리를 늘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명품이라는 고가의 속성을 가지면서 패션과 유사한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고려 중이다. 이제는 내 몸을 가꾸는 것처럼 집을 가꾼다. 테이블웨어나 조명 등 다양한 명품 소비 패턴이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 머스트잇은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시장을 넓히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역으로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고객을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온라인 시스템만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기에 이를 충족시켜 줄 필요가 있다. 물론, 중고시장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