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부부 "아들 과거 학폭 피해···교수 사표도 생각"
2021-06-12 00:01
"학교 적응의 어려움 겪는 아들에 도움을 주려 했을 뿐 대리시험은 아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재판이 6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법정에서 조 전 장관 측은 아들의 대학 퀴즈 시험을 대신 봐줬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반박하며 다만 "아들이 과거 학폭(학교폭력) 피해자"여서 "학교생활 적응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당시 "교수직을 내려놓을 생각까지 했다"며 상황에 특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상연 장용범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2시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속행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처음으로 함께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법정에 나란히 앉았다. 이날 재판은 마지막 공판이 있던 지난해 11월 이후 재판부가 모두 변경돼 공판 갱신 절차가 진행됐다. 지난 2월 법관 인사에서 해당 재판부는 부장판사 3명으로 구성하는 대등재판부로 변경됐고, 김미리 부장판사가 병가를 내 마성영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새로 합류했다.
이 중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과거 아들의 조지워싱턴대학 온라인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줬다고도 주장했다. 아들이 시험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조 전 장관 부부가 문제를 함께 풀어줬다는 것이다.
이에 조 전 장관 부부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조 전 장관 아들이 2011년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데서 딸과 구분되는 특수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조 전 장관 부부가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줬다는 검사 측 공소사실도 반박했다. 당시 시험 방식은 '오픈북' 시험이었고 의논이 엄격하게 금지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조 전 장관 부부가 시험에 도움을 준 것만으로 미 대학 담당 교수의 성적 사정 업무 방해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해당 시험은 과목 최종 성적에 극히 미미한 비율로 반영됐다. 퀴즈 도움 때문에 아들이 A를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총 5회의 퀴즈 중 2회 조 전 장관 부부가 도움을 줬는데, 아들 조씨는 초반 3회에서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얻은 반면 마지막에서는 최하위 성적을 얻었다"며 반대 의견을 표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공소사실에서 보면 마치 온 가족이 아이 성적에 매달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처럼 표현이 돼 있지만, 아들이 당시 학폭 피해자였고 미국 생활을 홀로 하니 안전 생활을 챙긴 것이니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달라"며 "정 교수는 아들의 동선을 꼼꼼히 체크하며 조금만 연락이 안 돼도 캠퍼스 폴리스에 신고하는 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아들은 학폭 후유증으로 교우들과 교류하지 못했고 당시 학생들 중 스터디를 같이할 사람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들이 혼자 문제를 푸는 것을 부모에게 호소했고 정 교수가 스터디원 대신 도와준 것"이라며 "미국의 그룹학습 방식을 한국의 획일적 경쟁적 방식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재판 출석 전 취재진에게 ”더욱 겸허한 자세로 공판에 임하겠다. 성실하게 소명하다“고 말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 금지 사건 관여 의혹에 대한 기자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오는 25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의 딸이 증인으로 채택돼 공판 증언대에 선다. 아들 조씨에 대한 신문은 추후 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