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집 밖으로 떠난 '콰이어트 플레이스2', 성장을 담다
2021-06-10 00:00
"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남긴 말이었다. 장소, 조명, 온도 등 하나하나의 요소로 어떤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의미였다.
그의 말대로 대개 추억은 여러 요소가 뒤섞여 만들어진다. 그날의 날씨, 그날의 기분, 그날 먹은 음식이나 만난 사람들 등등. 모든 요소가 그날의 기억이 되는 셈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영화는 작품이 가진 본질보다 다른 요소들로 재미를 가르기도 한다. 혹평받은 영화가 '대표작(인생작)'으로 등극할 때도 있고, '대표영화(인생영화)'가 다시 보니 형편없게 느껴질 때도 있다.
관객들도 필자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필자는 그날 영화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녹여낸 '최씨네 리뷰(논평)'를 통해 좀 더 편안하게 접근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하루 동안 영화 관람하기에 몇 편이 적정할까. 개인적으로는 '한 편'이라고 본다. 영화를 복기하고 여운을 느끼기에 하루도 짧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서다. 여기에 솔직하게 보태자면 체력이 후진 편이라서 하루에 몇 편씩 영화를 소화하기가 어렵다. 과식은 병의 근원 아닌가. 어쨌거나 일로 영화를 접하다 보면 내키는 영화만 볼 수 없고, 내키는 일정에 영화를 볼 수 없다. 때때로 하루에 두 편 이상의 영화를 봐야 하기도 한다. 영화로 체하는 날이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감독 존 크래신스키) 언론·배급 시사회 날이 그랬다. 이날 오전에는 디즈니 '루카'의 시사회, 오후에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시사회 일정이 잡혀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오후에도 영화를 보는 일정이면 이야기가 마구 뒤엉키기도 한다. 심지어 점심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면? 잠까지 밀려올 가능성이 크다.
영화 관람 전부터도 심신이 지쳐 있었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1편을 재밌게 본 상태였는데도 내키지 않는 걸 보니 온몸이 영화 관람을 거부하나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딱 10분 만에 마음이 바뀌었다. 잠도 달아났다. 상영관을 나설 때는 육체노동을 한 것처럼 고됐다. 관람 내내 너무 긴장한 탓이었다. 일순(순간, 찰나) 깨달았다. 하루에 두 편을 관람하더라도 재미있으면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구나. 체력 회복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실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의 등장으로 일상이 사라진 세상. 괴생명체들은 오로지 청각만으로 인간의 존재를 감지하고 공격한다. 생존자들은 괴생명체의 특성을 이용, 가까스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에블린(에밀리 블런트)과 리(존 크래신스키)는 청각장애를 앓는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2'는 전편의 마지막 장면과 이어진다. 리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가족들은 안전하지 않은 집을 버리고 밖으로 나간다. 괴물에게 쫓기던 에블린과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는 폐공장에서 남편의 친구였던 에멧(킬리언 머피)와 재회한다. 그러나 에밋은 에블린과 아이들을 품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는 다리를 다친 마커스, 갓 태어난 아이를 보며 '하룻밤을 묵은 뒤 떠나 달라'고 한다.
자고 일어난 사이, 딸 레건이 사라진다. 밤사이 라디오에서 흐르는 노래가 생존자들이 보내는 신호임을 눈치채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 나선 것. 괴생명체들이 소음에 취약하다는 걸 알고 있는 레건은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에블린은 에밋에게 레건을 찾아주기를 부탁하고, 에밋은 고민 끝에 레건을 찾아 떠난다.
지난 2018년 개봉한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기획, 각본, 감독, 연기까지 맡은 작품. 전 세계에서 3억4000만 달러의 이익을 거두며 대흥행했다. 전편에 이어 2편까지 연출을 맡게 된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소리를 내면 죽는다'라는 설정을 가지고 단단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1편은 가족들이 쌓아 올린 다양한 생존 전략을 적재적소에 이용하며 효과적으로 쾌감을 끌어냈다. 전편이 이야기 배치와 완급 조절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했다면 2편은 한층 커진 규모감으로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물들이 '집 안'에서 '집 밖'으로 이동했다는 점은 '콰이어트 플레이스2'의 가장 큰 변화다. 공간적인 규모감뿐만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 나가는 인물들의 성장과 변화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1편에서 부모가 자식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담겼다면 2편은 보호받던 아이들이 직접 세상에 뛰어드는 모습을 담는다. 에블린의 서사(1편)를 거쳐 레건의 서사(2편)로 확장해나가는 모습은 이 영화가 2편을 거쳐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편의 존재 이유인 셈이다.
1편이 주었던 신선함이나 박진감에 비한다면 2편은 구조보다는 서사에 공을 들인다. 1편보다 늘어난 대사량만큼 설명적인 구간들도 보인다.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고 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1편을 보지 못한 관객들도 2편을 보기에 무리는 없어 보인다. 전편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형성된 과정을 2편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괴생명체가 지구로 떨어지게 된 시작과 가족들이 숲 속에서 생활하게 된 이유 등이 담긴다. 전편을 보지 못해 의문이 남거나 오류가 생기는 경우는 없다. 물론 1편을 관람한 이들이라면 복기하는 재미가 있겠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에밀리 블런트, 킬리언 머피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아역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 노아 주프의 연기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아역배우들의 좋은 연기 덕에 몰입도가 높아졌다. 눈여겨봐야 할 배우들이다. 16일 개봉이고 상영 시간은 91분,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이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남긴 말이었다. 장소, 조명, 온도 등 하나하나의 요소로 어떤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의미였다.
그의 말대로 대개 추억은 여러 요소가 뒤섞여 만들어진다. 그날의 날씨, 그날의 기분, 그날 먹은 음식이나 만난 사람들 등등. 모든 요소가 그날의 기억이 되는 셈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영화는 작품이 가진 본질보다 다른 요소들로 재미를 가르기도 한다. 혹평받은 영화가 '대표작(인생작)'으로 등극할 때도 있고, '대표영화(인생영화)'가 다시 보니 형편없게 느껴질 때도 있다.
관객들도 필자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필자는 그날 영화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녹여낸 '최씨네 리뷰(논평)'를 통해 좀 더 편안하게 접근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하루 동안 영화 관람하기에 몇 편이 적정할까. 개인적으로는 '한 편'이라고 본다. 영화를 복기하고 여운을 느끼기에 하루도 짧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서다. 여기에 솔직하게 보태자면 체력이 후진 편이라서 하루에 몇 편씩 영화를 소화하기가 어렵다. 과식은 병의 근원 아닌가. 어쨌거나 일로 영화를 접하다 보면 내키는 영화만 볼 수 없고, 내키는 일정에 영화를 볼 수 없다. 때때로 하루에 두 편 이상의 영화를 봐야 하기도 한다. 영화로 체하는 날이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감독 존 크래신스키) 언론·배급 시사회 날이 그랬다. 이날 오전에는 디즈니 '루카'의 시사회, 오후에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시사회 일정이 잡혀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오후에도 영화를 보는 일정이면 이야기가 마구 뒤엉키기도 한다. 심지어 점심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면? 잠까지 밀려올 가능성이 크다.
영화 관람 전부터도 심신이 지쳐 있었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1편을 재밌게 본 상태였는데도 내키지 않는 걸 보니 온몸이 영화 관람을 거부하나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딱 10분 만에 마음이 바뀌었다. 잠도 달아났다. 상영관을 나설 때는 육체노동을 한 것처럼 고됐다. 관람 내내 너무 긴장한 탓이었다. 일순(순간, 찰나) 깨달았다. 하루에 두 편을 관람하더라도 재미있으면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구나. 체력 회복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실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의 등장으로 일상이 사라진 세상. 괴생명체들은 오로지 청각만으로 인간의 존재를 감지하고 공격한다. 생존자들은 괴생명체의 특성을 이용, 가까스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에블린(에밀리 블런트)과 리(존 크래신스키)는 청각장애를 앓는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2'는 전편의 마지막 장면과 이어진다. 리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가족들은 안전하지 않은 집을 버리고 밖으로 나간다. 괴물에게 쫓기던 에블린과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는 폐공장에서 남편의 친구였던 에멧(킬리언 머피)와 재회한다. 그러나 에밋은 에블린과 아이들을 품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는 다리를 다친 마커스, 갓 태어난 아이를 보며 '하룻밤을 묵은 뒤 떠나 달라'고 한다.
자고 일어난 사이, 딸 레건이 사라진다. 밤사이 라디오에서 흐르는 노래가 생존자들이 보내는 신호임을 눈치채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 나선 것. 괴생명체들이 소음에 취약하다는 걸 알고 있는 레건은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에블린은 에밋에게 레건을 찾아주기를 부탁하고, 에밋은 고민 끝에 레건을 찾아 떠난다.
지난 2018년 개봉한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기획, 각본, 감독, 연기까지 맡은 작품. 전 세계에서 3억4000만 달러의 이익을 거두며 대흥행했다. 전편에 이어 2편까지 연출을 맡게 된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소리를 내면 죽는다'라는 설정을 가지고 단단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1편은 가족들이 쌓아 올린 다양한 생존 전략을 적재적소에 이용하며 효과적으로 쾌감을 끌어냈다. 전편이 이야기 배치와 완급 조절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했다면 2편은 한층 커진 규모감으로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물들이 '집 안'에서 '집 밖'으로 이동했다는 점은 '콰이어트 플레이스2'의 가장 큰 변화다. 공간적인 규모감뿐만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 나가는 인물들의 성장과 변화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1편에서 부모가 자식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담겼다면 2편은 보호받던 아이들이 직접 세상에 뛰어드는 모습을 담는다. 에블린의 서사(1편)를 거쳐 레건의 서사(2편)로 확장해나가는 모습은 이 영화가 2편을 거쳐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편의 존재 이유인 셈이다.
1편이 주었던 신선함이나 박진감에 비한다면 2편은 구조보다는 서사에 공을 들인다. 1편보다 늘어난 대사량만큼 설명적인 구간들도 보인다.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고 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1편을 보지 못한 관객들도 2편을 보기에 무리는 없어 보인다. 전편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형성된 과정을 2편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괴생명체가 지구로 떨어지게 된 시작과 가족들이 숲 속에서 생활하게 된 이유 등이 담긴다. 전편을 보지 못해 의문이 남거나 오류가 생기는 경우는 없다. 물론 1편을 관람한 이들이라면 복기하는 재미가 있겠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에밀리 블런트, 킬리언 머피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아역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 노아 주프의 연기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아역배우들의 좋은 연기 덕에 몰입도가 높아졌다. 눈여겨봐야 할 배우들이다. 16일 개봉이고 상영 시간은 91분,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