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교수, ‘기본소득 진보 진영의 포퓰리즘 아냐’ 강조

2021-06-08 16:14
이 교수, 선별복지나 기본소득 차이가 없어…보수경제학자 맨큐 교수 논리 인용
기본소득 최초 제안자는 보수 경제학자···현재 지지 경제학자 성향도 보수‧진보 다양

[사진=이준구 교수 개인 홈피]

경제 석학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보수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본소득은 진보 진영의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8일 서울대 경제학부 게시판과 자신의 SNS에 ‘기본소득제도를 지지하는 보수성향의 경제학자들도 많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해당 글에서 “각 개인별로 정부에 내는 세금과 정부로부터 받는 돈을 계산해 볼 때 선별복지나 기본소득 사이의 차이가 거의 없고 오히려 기본소득이 복지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맨큐의 논리를 인용하면서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부자들에게도 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하느냐”는 논리에 대해 이론적으로 반박했다..

특히 이 교수는 “기본소득제도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보수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시카고 대학의 프리드먼(M. Friedman)이며 현재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는 경제학자들의 성향도 보수와 진보로 다양하다”라며 “기본소득을 진보진영의 대표적 어젠다로 보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경제학자인 맨큐가 서적 ‘Combating Inequality’의 공동 저자로 참여해 기본소득제도를 적극 지지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맨큐는 정책A(선별 복지)와 정책B(기본소득)의 비교 분석을 통해 선별복지나 기본소득 방식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개인별로 정부에서 받는 돈과 정부에서 내는 돈을 뺀 금액을 계산해 보면 소득 수준이 어떻든 간에 A정책이나 B정책의 결과는 거의 같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부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하더라도 그만큼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선별 복지나 기본소득 간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보수 경제학자들이 행정적으로 단순해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기본소득의 효율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은 말도 안 되는 진보진영의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많다”라며 “그러나 보수의 아이콘인 맨큔는 선별적 지원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전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낫다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그의 논리는 반박하기 힘들다”라고 결론 내렸다.

이 교수의 글이 게시된 서울대 게시판에는 기본소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학생들의 댓글이 줄을 있고 있다.

WXXXX 아이디의 작성자는 “기본소득제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줄까 염려돼 그동안 우호적이지 않았다”라며 “맨큐의 논리를 부정하기 힘든 것에 동의한다. 학계에서의 수준 높은 논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가장 필요할 것 같다. 그것이 지식인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란 댓글을 남겼다.

또 앱XX 아이디의 학생은 기본소득의 현실적용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기본소득제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으며 CXX 아이디 작성자는 “프리드먼이 기본소득도 주장했다는 건 조금 놀랍다”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