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장전한 하림, 이스타항공 인수전 샅바 싸움 우위 점할까
2021-06-07 18:14
하림, 계열사 팬오션 2238억원 포함 8000억원 현금 확보
쌍방울 현금자산 868억원…FI 등 투자 유치 필요한 상황
쌍방울 현금자산 868억원…FI 등 투자 유치 필요한 상황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하림그룹과 쌍방울그룹의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양측 모두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해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만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하림이 8000억원대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자금력 측면에서 일단 유리한 판세로 읽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스타항공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회사는 하림과 쌍방울 등 13곳이다. 하림에선 계열사인 벌크선 회사 팬오션이 인수의향서를 냈다. 쌍방울의 경우 크레인과 특장차를 제작하는 계열사 광림이 그룹 내에서 다른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나섰다.
이스타항공은 이날까지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예비 실사를 진행했다. 인수에 나선 기업들은 오는 14일까지 인수 금액을 제시하게 된다. 이스타항공은 입찰 금액, 자금 투자 방식, 자금 조달 가능성 등의 항목을 평가해 최종 인수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 인수전 승부처는 입찰금 규모
이스타항공이 변제해야 할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은 700억원, 채권자들의 회생채권은 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채권은 탕감되지 않고 반드시 변제해야 하는 채권이다. 공익채권을 우선 변제하고 회생채권을 최소화하는 조건으로 인수자를 받고 있어 매각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자금력에서는 하림이 우위를 점한 모양새다. 하림 계열사 팬오션이 1분기 말 보유한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은 2238억원에 이른다. 김홍국 하림 회장이 최근 언론에 팬오션 유보금을 포함해 최대 8000억원의 실탄이 확보됐다고 밝힌 만큼 자금력은 갖춘 상황으로 보인다.
◆ 공격적인 외형확장 이뤄온 하림·쌍방울
하림과 쌍방울은 공격적인 외형확장을 이뤄왔다. 하림은 2015년 법정관리가 진행 중이던 팬오션을 1조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1500억~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 기업으로 키워냈다. 팬오션은 지난해 매출 2조4971억원, 영업이익 2252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1.2%, 7.2% 증가한 수치다.
광림은 2014년 쌍방울의 새 주인이 됐다. 당시 쌍방울 전체 부채는 1조원이 넘었다. 온라인 등 유통망 역량을 강화한 쌍방울은 최근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9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3억원으로 전년(103억원)보다 적자폭을 대폭 줄였다. 광림은 쌍방울과 컨소시엄을 구축, 2016년 카메라모듈·광학필터 업체인 나노스를 인수해 IT 사업에도 출사표를 던지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 ‘현금 우위’ 하림, 육·해·공 물류 포트폴리오 완성 꿈꾼다
하림은 이스타항공을 품고 그룹 내 육·해·공 3각 물류 포트폴리오 완성을 꿈꾸고 있다. 팬오션 인수와 확장에 자신감을 얻은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소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양재 물류단지는 김 회장의 숙원 사업이다. 김 회장은 식품 생산·제조뿐만 아니라 물류까지 아우르는 혁신적인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신념으로 10여년 전부터 수도권 식품물류 사업을 준비해왔다.
하림의 양재 물류단지 조성 사업은 현재 서울시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하지만 이 난관을 돌파한다면 양재동 물류단지는 육상 물류를, 팬오션은 해상·항공 물류를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이 경우 곡물은 팬오션이, 동물종자 등은 이스타항공을 활용하는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이스타항공 인수 가격이 최소 1500억원이고 인수 후 기업 정상화를 위해 투입해야 할 자금도 2500억원에 달하는 점은 하림의 고민이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하림이 과감한 베팅을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