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중독(中讀)]해외로 뻗는 C-뷰티... "빠른 성장 속 과제도 산적"
2021-06-03 06:06
내수 넘어 해외 시장으로 무대 확장
온라인, 오프라인 시장서 모두 두각
미숙한 현지화와 선진국 성적 부진은 과제
온라인, 오프라인 시장서 모두 두각
미숙한 현지화와 선진국 성적 부진은 과제
중국 화장품 업계가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동남아 진출에 보폭을 넓히는 업체도 상당수다. 다만 아직 성장 초기 단계에 있는 업체들의 미숙한 현지화 전략과 선진국 시장 진출 성적 부진 등 문제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해외 시장 진출 가속화
중국 해관총서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중국 화장품 수출량은 75만2500t이며, 수출액은 31억3900만 달러(약 3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8년과 2019년 총 수출액이 각각 25억 달러, 27억7400만 달러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지난해부터 중국 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중국 시장조사업체 제일재경상업데이터(CBNData)가 발표한 ‘2021년 뷰티 산업 트렌드 통찰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중국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진출 사례가 10배 이상 늘어났다.
대표적인 업체들은 퍼펙트 다이어리(完美日記·완메이르지)와 화시쯔(花西子), 화즈샤오(花知曉), 즈시(ZEESEA·滋色), 컬러 키(colorkey·珂拉琪) 등이다. 대부분이 중국 화장품 시장의 국산 강세를 이끈 신예 브랜드인데, 각각 브랜드 특성에 맞게 국가나 판매 채널을 선택해 해외 진출 전략을 세웠다는 설명이다.
우선 퍼펙트 다이어리는 온라인 채널을 통헤 동남아 시장을 공략했다. 지난해 4월 해외 버전 홈페이지에 중국어·영어는 물론이고 일본어·러시아어·태국어로 번역이 가능한 서비스를 추가했다. 위안화, 달러, 싱가포르달러 결제 서비스도 지원했다.
공식 홈페이지뿐 아니라 중국 타오바오, 티몰 등 중국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퍼펙트 다이어리 페이지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퍼펙트 다이어리와 화시쯔는 티몰을 통해 해외 진출을 한 상태다.
이외에 색조 브랜드인 컬러키도 동남아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쇼피(shopee)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해외 무대에 데뷔했다.
오프라인 드러그스토어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2018년 중국 화장품 브랜드 마리다이자(玛丽黛佳)는 글로벌 뷰티 드러그스토어 세포라를 통해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8개 국가에 진출했다. 화즈샤오도 최근 일본 코스메틱 온·오프라인 플랫폼 코스미(cosme)의 오프라인 매장 300곳에 입점된 상태다.
즈시도 일본 화장품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즈시 관계자는 중국 경제매체 제몐과의 인터뷰에서 “아마존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물론, 일본 최대 드러그스토어 체인점인 마쓰모토 기요시 약 2000개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시장 진출을 시작한 뒤 1년 동안 일본에서의 판매액은 100억엔(약 1011억3000만원)에 달했다"며 "올해 안에 일본 오프라인 매장 7000곳에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최근 중국 화장품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인터넷 발달 △물류 인프라 발전 △중국의 빠른 코로나19 사태 회복 등으로 꼽힌다.
게다가 해외로 진출한 중국 화장품 브랜드 대부분은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탄생했는데, 광저우는 중국의 전통적인 화장품 산업 도시다. 홍콩과 마카오가 인접해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1990년대부터 중국 대외개방의 중심지였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수요가 몰리면서 한국 등 다수 국가 브랜드들의 화장품 제조기지로 부상했다.
이 덕에 광저우의 화장품 산업이 빠르게 발전했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중국산 뷰티 브랜드의 요람으로 명성을 높이게 된 것이다.
물론 중국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진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점도 존재한다. 특히 미숙한 현지화는 업계가 극복해야 할 최대 난제다.
해외 진출 중국 화장품 브랜드 대부분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는 걸 선호한다. 시장이 넓고, 중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기타 지역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남아의 10여개 국가들은 각각 종교적 문화 특성이 뚜렷한 편이다. 소비자들의 취향 차이도 크다는 의미로, 중국 업체들의 제품 현지화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동남아 시장 진출 출사표를 던진 중국 화장품 브랜드 바이즈추이(百植萃)의 낸시(Nancy) 최고경영자(CEO)는 제몐과의 인터뷰에서 “각국마다 소비자 피부상태가 다르고, 요구 사항도 다르다”며 “예를 들어 자외선차단제의 경우, 중국 소비자는 피부가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르지만, 동남아 소비자들은 피부가 약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바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도네시아처럼 이슬람을 믿는 나라는 정책적으로 반드시 할랄 인증을 받은 뷰티 제품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각 나라 문화에 맞춘 현지화 전략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화시쯔 관계자도 제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화장품 브랜드 세계화에서 중요한 도전 과제는 문화적 차이 극복”이라며 “반드시 꼼꼼하고 전면적인 현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미국 등 선진국 진출하려면 요건 더 까다로워
동남아 시장을 제외한 다른 해외 시장 진출 성적이 부진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게다가 동남아와 달리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사용자들은 색조 화장품 사용 습관이나 심미적 수준이 훨씬 성숙하다. 브랜드를 고르는 기준도 더 까다로운 편이다. 이는 향후 선진국에 제품을 수출하려는 중국 화장품 브랜드에 더 높은 조건이 요구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 중 드물게 미국과 일본 시장 공략에 성공한 즈시의 해외 판매 책임자인 주디(Judy)는 지난 1년간 난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각 나라마다 모두 다른 법률과 규칙이 있다”며 “일본과 미국의 법률과 규제 차이가 큰 상황에서 보고 배울 선생님도 없었고, 배울 수 있는 대상도 없어 그저 돌다리를 두드려보며 강을 건너는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점은 모두 ‘제품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디지털경제싱크탱크인 시노스틸의 후치무(胡麒牧) 선임연구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중국 화장품 브랜드는 자체 공급 체인이 적어 파운드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품력을 어떻게 높이는지가 중국 화장품 브랜드 해외 시장 진출의 결정적인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만약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재구매율이나 소비자 충성도가 떨어져 ‘롱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