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의 몽타주] ‘조배죽’과 정파 사이…野 전당대회 단상
2021-06-0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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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초년병이던 2016년 겨울의 일이다. 당시 정치부 말진 기자였던 나는 강남구의 한 고깃집에서 열린 친이계 인사들의 회동을 취재하고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생일과 결혼 기념일, 그리고 대통령 당선일을 기념하는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 데이’였다.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군데군데서 벽치기(벽에 귀를 대고 엿듣기)를 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 인사가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전해주기 위해 문을 열고 나왔고,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조배죽! 조배직!” 회동에 참석했던 한 인사가 건배사를 외쳤다. 갓 사회에 들어온 터라 건배사 문화가 생경했다. ‘무슨 말이지’ 하고 고민하던 찰나 설명이 뒤따랐다. “조직을 배신하면 죽인다. 조직을 배신하면 직인다” 참석자들의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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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김세연 전 의원과 식사 자리에서 나왔던 얘기다. 김 전 의원에게 물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뭐가 나쁘냐. 계파라는 프레임 속에서 정치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 김 전 의원이 정정했다. “계파(系派)와 정파(政派)는 다르게 봐야 한다. 학문적으로 정립된 용어인지는 모르겠다. 특정 인물이 중심이 돼 지연·학연 등 친소 관계로 뭉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게 계파다. 김 기자가 말씀하신 건 정파라고 봐야 한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소모임이라고 해야 할까. 그 안에서 얼마든지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컷오프된 김웅과 이준석은 ‘할당제’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김웅은 내년 지방선거 청년 공천 할당제를 공약했다. 이준석은 모든 할당제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김웅은 “우리 당에 청년이 많으면 당연히 청년당이 되는 거고, 나머지 30~40년을 버티게 될 것이다”고 했다. 이준석은 “평일 낮 시간대에 여의도에 올 수 있는 이들을 위한 할당제는 공정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경험과 경륜을 내세운 이들이 보기에 두 사람은 모두 ‘유승민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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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는 아직, 조배죽과 정파 사이 어디 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