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北美대화 불씨 살리는데...中 "北에 도움 제공" 혈맹 과시

2021-05-30 16:34
북·중 화물 열차 운행 재개 가능성...한미 견제·한반도 외교전 개입 의지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를 만나 팔짱을 끼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시사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중동맹 의지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대만, 남중국문제' 등이 언급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한반도 내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3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7일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리룡남 북한 대사를 만나 "중국 측은 조선(북한)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굳건하게 지지한다"며 "힘이 닿는 한 조선(북한) 측에 계속해서 도움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왕 부장은 '전략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중국 측은 항상 전략적 각도에서 중조(북·중) 관계를 바라본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적극적인 공헌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주중 북한 대사로 임명된 리 대사가 왕 부장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 부장과 리 대사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웃으며 팔짱을 끼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리 대사도 "양국 지도자들의 보살핌 속에서 조중(북·중) 우호 관계는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며 "이러한 때 주중 대사로 부임해 일할 수 있게 돼 무한한 영광과 기쁨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특히 왕 부장의 발언은 최근 북·중 화물 열차 운행 재개 가능성을 염두해 둔 것으로 해석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중국이 제재를 받는 이웃, 북한에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에 경제적 도움을 주겠다는 왕 부장의 발언이 중국이 단둥(丹東)을 거쳐 북한을 오가는 화물열차 운행 재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점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작년 1월 중국과의 국경을 전면 폐쇄하면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향후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북·중 화물 열차 운행을 재개할 경우, 북한에 식량 등 원조 물자를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은 유엔 경제 제제에도 위반될 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와 같이 북·미 관계가 전략적 인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에 한국 정부도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미 대화 시작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으로 남북 대화·협력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며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과 대화 재개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한·미정상회담의 후속조치를 위해 다음달 미국을 방문한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지난 26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박 원장은 뉴욕과 워싱턴 DC를 차례로 방문하고, 미국 측과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속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북·중동맹은 향후 북·미회담 재개 과정에서 차이나 패싱이 없도록 중국이 북한을 단도리하는 의미도 있으며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으로 공이 넘어간데 대해 북한의 생각이 어떤지 탐색하는 의미도 있다"며 "한·미가 실무선에서 움직이고 중국이 개입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조만간 결단을 내리게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