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바람 부는 제약·바이오
2021-05-30 13:31
유유제약, 유승필 회장 퇴임…오너 3세 체제 돌입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제약·바이오 업계의 리더십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각 기업의 경영 전략에 따라 오너 2·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하거나 전문 경영인을 도입하는 전략 등 두 흐름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30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셀트리온, 유유제약 등은 오너 2·3세 경영 체제로 리더십을 개편했다. 유유제약은 지난 27일 유승필 회장의 퇴임에 따라 아들인 유원상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 돌입했다.
셀트리온에서도 서정진 명예회장의 퇴진과 함께 장·차남을 중심으로 하는 오너 2세 경영 체제로 개편이 이뤄졌다. 서 명예회장이 물러나고, 그간 미등기임원이었던 그의 장·차남이 사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장남인 서진석 수석 부사장은 카이스트 생명과학 박사인 서 부사장은 셀트리온 연구개발(R&D) 본부 과장, 생명공학 1연구소장, 셀트리온스킨큐어대표 등을 거쳐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장을 맡고 있다. 인하대 박사 출신인 차남 서준석 이사는 그간 셀트리온에서 운영지원담당을 맡았으며 최근 셀트리온헬스케어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너십을 가진 사람이 전문가의 조언과 좋은 통찰력을 갖고 회사를 잘 이끈다면 다행이지만, 소유욕과 같은 잘못된 이유로 합리성에 소홀해질 위험성이 있다"며 "오너 경영은 아무래도 '체크 앤드 밸런스(Checks and Balances)'가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문 경영인 체제 내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전문성 갖춘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전문 경영인 체제인 만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업 전략을 세우기에 적합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임기 내 성과에 연연해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을 펴지 못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경영과 R&D 투자가 가능하도록 기업문화에 변화가 근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초기부터 대표를 지낸 김태한 사장이 물러나고 존 림 사장이 대표를 맡게 됐다. 존 림 사장은 제넨텍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데 존 림 사장이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일찍부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온 유한양행은 이번에도 유한맨을 선택했다. 6년간 기업을 이끈 이정희 사장을 이어 선임된 조욱제 사장은 지난 1987년 입사해 쭉 유한양행에 몸담은 유한맨이다.
이외에도 일동제약은 18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이정치 대표가 물러나고 박대창 사장이 임명됐다. 종근당홀딩스에선 황상연 대표가 사임한 이후 경보제약을 이끌던 김태영 대표가 이끌게 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R&D에서 승부를 보지 않고 기존 시장에 안주·유지하는 선에 그친다면 지속 가능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영인들은 임기 내 가시적 이익에 연연하기보다 지속가능한 기업의 미래를 위한 R&D 투자와 ESG 포괄 전략 등을 중요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준으로 지속가능한 기업문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