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봉쇄 완화 속도 늦출까?...​백신 미접종 청년층에 인도변이 확산 비상

2021-05-30 10:24
'1만명 경기 관람' 봉쇄 완화 속도내자, 청년층 중심 확산세↑
英 내달 21일 봉쇄 완전 해제 두고 고심...1주일 전 결정할 것

인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이중 변이 바이러스인 'B.1.617'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봉쇄 완화에 나섰던 세계 각국이 재유행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 달여 후 봉쇄 완전 해제를 앞두고 있는 영국은 확진자 증가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텔레그래프는 이날 하루 동안 영국에서 418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지난 4월 1일 이후 처음으로 4000명 선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조기 봉쇄 해제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로 지난 겨울 하루 최대 6만7849명(1월 8일)의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극심한 3차 유행세를 겪었다. 이후 백신 접종률이 확대하면서 확산세가 극적인 감소세를 보였고, 이달 3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1614명까지 내려갔다.

다만, 이후 2000명대를 유지하던 영국의 일일 확진자는 지난 26일 3000명 선에 올라선 후 사흘 만에 4000명대를 넘어섰다.
 

영국의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 추이.[자료=월드오미터스]


이달 후반부에 들어 영국의 확산세가 급증한 원인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도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져나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년층은 상당수는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태인데, 영국 정부의 봉쇄 완화 조치로 활동이 늘어나면서 감염 확산을 부추긴 것이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선 지난 28일까지 18세 이상 성인 전체의 74.2%(3906만8346명)가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으며, 47.3%(2489만2416명)이 2차까지 접종을 모두 마쳤다.

하지만, 50대 이상 인구의 백신 접종률은 대체로 99%에 가까운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16~35세까지의 청년층에서의 접종률은 50% 이하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영국 당국은 12~15세 청소년 층에 대한 백신 접종을 아직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러스 원형보다 감염력이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 변이 바이러스가 활동이 증가한 청년 층을 중심으로 만연해졌다.

지난 27일 매트 핸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최근 신규 확진 사례의 절반 이상 혹은 최대 4분의3(75%)이 인도 변이에 감염한 사례"라면서 확산세 증가 조짐을 경고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음에도 바이러스에 감염한 돌파 감염접종 가능성은 크게 우려하진 않는 상황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E)가 인도 변이 감염자 5599명 중 73%는 백신 미접종자이며 2차까지 모두 접종한 경우는 3%, 인도 변이로 사망한 12명 중 백신 접종을 마친 경우는 2명에 불과하다고 집계했다.
 

영국 잉글랜드 지역의 연령대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비교.(짙은 파란색 선은 항체 보유 비율, 연두색은 1차 접종 완료율, 하늘색은 2차 접종 완료율)[자료=영국 통계청(ONS)]



이에 따라 다음 달 21일 봉쇄 조치를 완전히 해제할 예정이었던 영국 정부는 최종 결정 기한을 오는 6월 14일로 미룬 상태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8일부터 등교 재개 등을 허용한 1차 봉쇄 완화에 돌입한 후 같은 달 29일에는 최대 6인까지의 모임을 허용했고, 4월 12일에는 각종 비필수 상점과 문화·운동 시설을 재개방하는 2단계 완화에 들어갔다.

이달 17일에는 3단계로 영화관과 호텔, 공연장과 경기장을 재개방했다. 이에 따라 대형 경기장은 최대 1만명을 수용하고 결혼식·장례식 등 경조사에는 30명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하면서 봉쇄 완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축구 경기를 관람 중인 영국인들.[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