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특금법’만 바라보는 은성수…가상화폐 업계 “건실한 거래소도 사라질 판”

2021-05-26 19:00
특금법 시행으로 옥석가리기 한다지만 금융당국 신고 문턱 높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핀테크 위크 2021' 행사에 앞서 전시 부스를 찾아 카카오페이 결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가상화폐 정책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 9월 시행되면 가상화폐 이용자 보호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이 금융당국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등 신고 요건을 갖추는 옥석가리기를 거치면 투자자 불안 요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상화폐 업계는 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 이후 은행 실명계좌 발급 문턱을 넘지 못한 거래소들이 무더기 퇴출되면 그 파장이 투자자에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2021’에서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에 대해 금융위 역할 강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법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9월 25일까지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계좌 등을 받아 신고해야 하고, 신고된 거래소에 고객이 돈을 넣으면 그 돈을 빼갈 수 없게 다 분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 거래소가 정부 규제 틀 안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보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위가 줄곧 주장했던 점도 9월까지 고객 개인이 내가 있는 거래소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자금을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상황은 쉽지 않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등의 계약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실명확인 가상계좌 이용계약을 맺은 곳은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4곳뿐이다. 신한은행은 코빗, NH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실명계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거래소들도 오는 6월과 7월 말 사이 시중은행과의 계약 만기를 앞두고 있어 특금법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기에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에도 실명계좌 발급을 내주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200여개에 달하는 거래소들의 집단 폐쇄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은행들의 소극적인 태도에는 금융당국의 책임 회피가 작용했다. 은 위원장의 이날 발언처럼 금융당국은 9월 특금법 시행 후 상황 개선만 고집하면서 거래소의 안전성 평가 등은 은행들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 사이에서는 금융사고 등에 대한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거래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수료 이익보다 금융 사고가 날 경우 발생하는 부담이 더 크다”면서 “또 금융당국이 검증 역할을 은행에 미루면서 부정적인 전망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거래소들이 무더기로 문을 닫으면 투자자들의 피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부실 거래소나 사기에 연루된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건전한 거래소마저 금융당국에 신고 접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곳에 자금이 들어간 투자자들은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 가격변동에 대한 보호와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가상화폐 가격 변동은 우리가 보호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