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일 만에 모습 드러낸 수치 고문...'최대 26년형' 군부가 누명 씌운 재판 출석

2021-05-24 18:15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이 군부의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 등 외신은 이날 수치 고문이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특별 법정에 출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수치 고문의 변호인단 중 한 명인 때 마웅 마웅은 로이터에 "수치 고문은 건강해 보였으며, 공판을 시작하기 전 약 30분간 변호인단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수치 고문은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은 (미얀마) 국민을 위해 창당했기 때문에 국민이 있는 한 NLD는 존재할 것"이라면서 "미얀마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3월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왼쪽)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 [사진=AFP·연합뉴스]


수치 고문은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벌인 이후 자택에 감금된 상태였으며, 군부로부터 6개 혐의를 적용받은 수치 고문은 공판을 진행하면서도 그간 변호인단을 접견하지 못했으며 사실상 면담도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FP는 공판이 진행됐던 특별법정 인근에는 경찰 트럭들이 길목을 막아서고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수치 고문에게 최대 26년형 선고가 가능한 6개 혐의를 뒤집어씌운 상태다. 현재 75세인 수치 고문이 정치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다.

수치 고문은 △불법 수입한 무전기를 소지·사용(수출입법 위반) △총선 과정에서의 코로나19 방역 수칙(자연재해관리법) 위반 △정치 선동 △전기통신법 위반 △뇌물수수 △공무상비밀엄수법 위반 등 총 6개의 혐의를 적용받고 있다.

또한 군부는 수치가 창당을 주도하고 문민정권을 구성했던 NLD에 대해 해체 수순에도 돌입했다. 지난 21일 군부는 군사정권위원회 회의를 열어 총선 무효화 사태를 수습하는 한편, NLD 해체를 제안한 상태다.

지난 22일 군부 최고 실력자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은 홍콩 봉황TV에 출연해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등장했다.

이날 그는 "지난해 11월 총선에 수치 고문과 NLD가 선거 사기를 벌였기 때문에 군부가 정부를 장악했다"면서 "가능한 한 1년 이내에 미얀마를 '다당제 민주주의'에 기반한 연방국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흘라잉은 "수치 고문이 건강하게 집에 머물고 있으며, 며칠 안에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힌 한편,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며 수치 고문을 깎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