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전협력에 원전업계 반색…탈원전엔 갸우뚱

2021-05-24 17:22
차세대 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출 등 모색

아랍에미리트에 건설된 한국형 원전 바라카 모습. [사진= 한국전력 제공]

한국과 미국이 원자력발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하면서 원전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손을 잡으면 원천기술에 장점이 많은 미국과 원전 시공 능력이 좋은 한국이 각각의 장점을 살리게 된다.

24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방문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원전 사업의 공동 참여 의지를 확인했다.

미국의 이번 결정에는 원전 시장에서 세력을 넓히는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 의도가 담겼다. 최근 세계 원전 시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신규 수주를  쓸어 담는 형국이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양국의 원자력 협력 프로젝트인 중국 장쑤성 톈완 원전과 랴오닝성 쉬다바오 원전의 착공식을 화상으로 참관했다.

미국도 물론 웨스팅하우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기술력을 가진 원전 사업체가 있지만 효과적인 원전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한국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이 최근 체코, 폴란드,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규 원전 추진에 관해 중동과 유럽 각국을 살펴보고 있어 미국과 시너지를 낼 기회도 열려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다. 국내 원전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23일 성명을 통해 양국의 해외원전시장 공동진출 합의가 한수원의 해외원전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우수한 기자재 공급망을 갖춘 한국과 전통적인 원전 강국으로써 이미 해외에 많은 원전을 수출한 경험을 지닌 미국이 함께 해외사업에 진출한다면 수주 경쟁력도 매우 높아질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합의를 두고 국내에서는 일명 탈원전 정책으로 불리는 에너지전환정책과 배치되는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또 일각에서는 대형원전이 아닌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 중심으로 우선 협력의 범위를 넓히라는 조언도 있다. 이는 탄소중립을 표방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지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다만, 탈원전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번에 마련한 한미 원전 협력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국내 원전 경쟁력 유지를 위한 징검다리 정책을 거론했다. 그는 국내의 원전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시간을 벌어줄 징검다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앞으로 한·미 양국의 해외 원전 진출을 위해서도 국내 원전의 신뢰도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