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칼럼] 트럼프가 콕 찍은 K조선 K원전 …'원팀 코리아'로 준비하라
2024-11-20 06:00
초박빙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격전지에서 민주당 해리스 부통령에 큰 승리를 거두며 백악관 복귀를 확정 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은 백악관뿐만 아니라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였다. 법원의 정치화 논란이 있는 지금, 미국 연방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인사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추진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6년 1기 당선 당시와는 달리 2024년 대선 승리 후 트럼프 2기 인선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관련 뉴스가 연일 미국 언론을 뒤덮고 있다. 유세기간 동안 드러난 자극적인 수사만큼이나 트럼프 당선 이후 이루어지고 있는 인사 역시 논란이 많다. 취임과 함께 시작될 대외경제정책에 대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미국 안팎으로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통상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미디어상 우려가 커질수록 우리가 처한 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필자가 속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으로 우리 수출이 최대 약 448억 달러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2023년 수출액 약 6327억 달러의 약 7%에 해당한다. 수치 자체로 보면 큰 규모다. 다만 다소간 설명과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 먼저, 제시된 수치는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최대치이다. 미국이 전 세계 모든 국가에 2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평균 약 60%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의 무역상대국도 모두 대미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경우이다. 주의할 점은 이 경우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도 최대 4.72%까지 증가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주요 공약사항인 감세정책이나 반이민정책 모두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상기한 고율의 대세계 보편적 관세 부과를 단기간에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해당 분석 결과는 명시적인 시간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설명이 필요하다. 분석 모형은 특성상 모든 관세정책과 상대국의 보복관세 부과가 일시에 일어나는 것처럼 작동한다. 실제로 대규모 관세 부과가 빠를수록 전 세계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될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무역 상대국이 동시에 보복관세 부과를 실시하는 것 역시 말처럼 간단하지 않은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따라서 제시된 분석 결과가 몇 년에 걸쳐서 발생하는지 명시적으로 말하기도 어렵지만 동시에 당장 내년 한국의 수출이 448억 달러 감소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소 개념적이긴 하지만 보고서에 제시된 수치들은 반사실적 분석(counterfactual analysis)의 결과로 관세 부과 여부의 차이만을 비교하는 경제적 영향 분석이라는 점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세계와 추가 관세가 없는 세계를 비교하는 것으로, 순수한 관세의 영향을 보기 위해 다른 경제변수의 외생적인 변화는 고려에서 배제되어 있다. 실험실 속 실험과 같다. 다시 말해 관세 부과에 따라 모형의 가정에 따라 구조적으로 무역 전환 등이 이루어지는 것은 반영되지만, 현실에서와 같이 관세 부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는 점은 고려되지 않는다.
엄밀한 분석을 통해 추가적인 관세 자체의 경제적 영향만을 식별하고 정책적 의사 결정의 기초로 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분석의 결과를 충실히 이해했다면 분석에 반영되지 못한 현실, 기회요인을 포착하고 개발하는 등 정책적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것도 현시점에서는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최근 트럼프가 제안한 조선업 협력 논의 등이 그것이다. 또한 트럼프의 원자력 발전 및 소형원자로(SMR)에 대한 관심도 잘 알려져 있는 바이다. 공약사항으로 미국 중심의 AI 산업 성장 지원 확대와 규제는 완화를 내세우고 있으므로 한국 기업의 AI 분야 제휴 및 협력을 확대하는 전략도 적극적 고민이 필요하다. 생물보안법 강화나 약가 인하 정책 속에 기회요인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작은 기회 포착에서 시작해 더 넓은 시각에서 대전환기로 불리는 현재의 국제통상 환경에서 제조업 수출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최첨단 기술, 디지털, 의료·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서비스 분야의 경쟁을 높이는 기회로 삼는 것도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더 나아가 장기적 관점에서 거대 시장 중심의 무역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진출 시장을 다양화·다변화해야 하겠다. 한국과 개도국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위적 논의를 실천에 옮겨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필자 주요 이력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박사 ▷고려대·서강대·경희대·숭실대 겸임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다자통상팀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팀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