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싱가포르 선언 담고 쿼드 가능성 열어둔 '한미 공동성명'

2021-05-22 11:43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공동성명 명시...공동 믿음 재확인"
"쿼드 등 다자주의 중요성 인식"...쿼드 가입 가능성 열어둬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다만 북한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아울러 한·미정상은 공동성명에 '쿼드(인도태평양 역내 주요 4개국)'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공식회담을 통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향후 쿼드 워킹그룹 등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정신 계승 합의...구체적 해법은 無"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며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판문점 선언은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교류 협력을 명시하고, 남북이 종전을 선언하자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도 북·미 협상을 원점으로 돌리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가 멈춘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우리 정부와 협의해온 내용이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뤄나가고자 하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했다"며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은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용어를 사용해서 한국 정부 요구 사항을 수용했음을 재확인했다"며 "또한 판문점 공동 성명 및 싱가포르 선언 존중 의지를 명시한 것도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사전 협의를 반영하면서 북한과의 협상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공동성명에는 북한 인권문제도 명시했다. 공동성명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하고,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했다"며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지원한다는 양측의 의지를 공유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동성명은 그러면서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나가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북한 문제를 다루어 나가고, 우리의 공동 안보와 번영을 수호하며, 공동의 가치를 지지하고,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비핵화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장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대북정책 검토와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협의 과정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이견이 상당히 좁혀진 것은 매우 긍정적인 성과"라면서도 "다만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의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까지는 합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쿼드 중요성 인식"...워킹그룹 참여 논의되나 

양측은 공동성명에 쿼드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합의도 담았다. 앞서도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주장했다. 공동성명에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아닌 '완전한 비핵화' 문구를 포함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대북정책에 전향적이지 않았지만, 쿼드 가입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한국 측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해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공식회견에서 쿼드'나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에서 대만 문제 등에서 한국이 중국에 더 강경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했느냐'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다행히 (중국에 강경해지라는) 압박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인식하면서 양국이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중 안보갈등 현안으로 꼽히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통해 간접적으로 쿼드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앞서 영 김 미 하원의원에 따르면 펠로시 하원의장도 문 대통령에게 ‘쿼드에 한국이 들어오면 바람직하고, 5자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동성명을 통해서도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 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적시했다.

공동성명은 또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는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했다"며 "우리는 미얀마 군경의 민간인들에 대한 폭력을 결연히 규탄하고, 폭력의 즉각적 중단, 구금자 석방 및 민주주의로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계속 압박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향후 미국 측은 쿼드 정식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백신, 반도체, 기후변화 등을 논의하는 '쿼드 워킹그룹' 참여로 대중견제 노선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