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급락] 비트코인 가치 재논란…"규제 앞에선 언제나 불안"

2021-05-20 11:31

암호화폐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정부 규제 발표 뒤 시작된 급락은 이틀 연속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일제히 급락했다. 한때 6만 달러를 넘어섰던 비트코인이 무려 3만 달러 수준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치에 대한 갑론을박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 때문에 최근 시장 변동성이 심화한 계기로 수용 금지 원칙을 재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을 이끄는 미국 금융가는 다르다. 최근 대형은행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암호화폐 도입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 금융당국도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조한다. 그러나 시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도권 안으로 암호화폐를 들여오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너무 빨리 올랐다··· 위험자산 기피도 겹쳐
CNBC는 "최근 비트코인의 급락은 지난해 9월부터 무려 200%가 넘는 급등을 이어온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반동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암호화폐의 가격은 헤지펀드를 비롯해 각종 은행과 테슬라 등 기업들의 도입 발표로 최근 몇 개월간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JP모건은 "지난 4월 비트코인이 6만4000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던 당시부터 기관들은 비트코인에서 다시 금으로 자금을 옮기면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었다"고 밝혔다.

상승 기류를 타던 암호화폐 시장의 급락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악재가 연이어 겹쳤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강세론자로 알려진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19일 CNBC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시장은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며, 어딘가에서 바닥을 찾을 것으로 보이는데 부디 현재 시점에서 가깝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암호화폐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악재가 겹쳤다"면서 "일론 머스크의 트윗을 비롯해 납세기일 마감 등 일련의 사건과 이벤트가 겹치면서 유동화하려는 이들이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약세는 위험자산 회피와 맞물리면서 더욱 심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급성장했던 기술주들은 최근 물가상승 우려가 부각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자산매입규모 축소(테이퍼링)를 논의했다는 것은 시장을 긴장하게 했다. 연준이 사실상 긴축 사이클에 진입한 것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위험자산 시장은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비트코인 시장을 가장 뒤흔드는 것은 규제 문제다. 정부가 거래를 금지할 경우 유통이 막히면서 가치가 곤두박질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통제에서 벗어난 암호화폐 시장을 달가워하는 국가는 없다. 중국을 비롯해 인도 등 일부 국가가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분석기관인 번스타인의 하르시타 나왓 분석가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또 다른 '암호화폐의 겨울'과 거래 활동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본다"면서 "암호화폐를 통화체계에 대한 위협으로 볼 수 있는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더 가혹한 단속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자체 운영하는 암호화폐를 개발하고 있는 중국은 암호화폐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완전 사라지기는 힘들어··· 미국은 제도권 편입 수준 수순
그렇다면 암호화폐 시장은 이제 끝난 것일까? 그렇게 되기에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일단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의회에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더 많은 감독권을 요구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이달 초 의회 청문회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기술 중립(technology neutral)'의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규제 당국이 감시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의회가 이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금지의 움직임도 있지만, 이미 암호화폐는 시장에 너무 깊숙하게 들어왔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추락이 반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BTIG의 줄리안 에마뉘엘은 비트코인의 연말 목표치를 5만 달러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은 "비트코인이 3만 달러 급락하며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진입했다, 이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다변화 측면에서 비트코인을 계속 대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은 지난해 11월에도 올해 연말 예상치를 5만 달러로 내놓았다. 다만 미국 규제 당국이 강력한 규제를 내놓는다면 다시 3만 달러대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트코인이 첫 가상화폐라는 지위는 매우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뉴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 그룹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델라노 사포루 역시 CNBC의 '트레이딩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장기를 생각하는 투자자에게 지금은 진입 기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2017년을 언급하면서 2019년까지 하락은 이어졌지만, 비트코인이 다시 역대 최고가를 썼던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지금이 (투자를 위한)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높은 가격에 샀다면 지금 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CNBC는 "농담에서 시작한 도지코인의 부상이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도에 흠집을 낸 것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