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 태양광 투자 부담에 결국 신용등급 추락

2021-05-18 00:04
나신평, 한화에너지 장기 신용등급 'AA-'에서 'A+'로 하향
발전소 조기 매각에도 차입금 의존도 증가··· "과중한 재무부담 전망"

한화에너지 CI [사진=한화에너지 제공]



채무 부담에 시달리던 한화에너지의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됐다. 주요 사업의 실적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 발전 등 신사업 투자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4일 한화에너지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사 에이치솔루션의 등급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나신평은 지난해 정기평가에서 한화에너지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등급전망이 내려간 이후 1년이 지난 결과 하향 조정이 실제로 이뤄진 셈이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타 신평사들도 지난해 평정에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던 만큼 향후 등급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

석탄화력 등 집단에너지 사업이 본업이었던 한화에너지는 지난 2018년부터 그룹 차원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계획에 따라 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모듈 등 부품을 개발해 공급하고, 한화에너지는 발전소 개발과 운영,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부터 미국은 물론 일본과 베트남, 멕시코 등에 태양광 발전소를 착공하고 세계 각지의 발전 사업을 수주해왔다.

이 같은 태양광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는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주력 시장인 북미 사업부의 실적이 부진에 빠지며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미국 태양광 사업을 총괄하는 현지 법인은 지난 2018년 회사 전체 실적의 25% 수준인 24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이듬해에는 미국의 태양광 발전 보조금 감소와 발전소 설비 매각 등이 지체되며 실적이 1/10 수준인 24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태양광 발전 수요 회복과 기존 태양광 발전소의 조기 매각을 통해 매출은 회복됐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매출 1조1511억원, 영업이익 1069억원을 거뒀다. 각각 전년 대비 56.3%, 121.3% 늘어난 수준이다. 그러나 부채가 실적 상승세보다 빠르게 늘며 재무구조는 오히려 악화됐다. 총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조70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조3831억원)보다 약 13.7% 늘었다. 태양광 투자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 2017년과 비교하면 배 이상이 불어난 규모다. 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차입금 의존도는 54.9%에서 56.0%로 늘었다. 부채비율도 194.1%에서 199.0%로 증가했다.

한화에너지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 이후 운영을 통해 이익을 올리는 수익 모델을 갖고 있다. 건립된 발전소의 설비 매각 등도 주된 매출처다. 사업 초기 대규모의 설비 투자가 필요한 만큼 차입금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이미 준공이 끝나지 않은 사업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만큼 향후 재무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나신평에 따르면 한화에너지의 태양광 발전사업 중 개발 및 건설 단계 사업 비중은 92.0%에 달한다. 기존 태양광 사업의 매각이 지연될 경우 재무부담은 더욱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현승희 나신평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설비투자 후 수익을 취하는 사업구조 상 초기 이익창출력이 미흡하고, 사업 확대에 비례해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재무부담 감소효과는 제한적인 가운데 기존 사업의 개시에 따른 차입 증가, 신규 수주로 과중한 재무부담 수준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에너지의 미국 텍사스 태양광 발전소 전경 [사진=한화에너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