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내집마련] 벼락거지된 청년들 "일자리·집·자산 없는 우리, 희망이 없어요“
2021-05-18 07:00
따라갈 수 없는 격차에 절망감 토로하는 3040세대
"재테크도 돈이 있어야 하지…없는 사람 더 뒤처져"
"재테크도 돈이 있어야 하지…없는 사람 더 뒤처져"
"주식이든 비트코인이든, 집이든 뭐라도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은 가능성이라도 있었잖아요. 저는 정말 희망이 없어요.“(서울시 도봉구 거주 34세 이 모씨)
17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 응한 30~40대 모두 자산격차에 따른 절망감을 토로했다. 특히 여력이 없어서 아무런 기회조차 얻지 못한 30대는 분노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 모씨는 지난해 3월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서울시 도봉구의 한 아파트로 왔다. 이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집값과 전셋값 모두 1억원가량 올라 하루라도 빨리 전셋집을 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달 바뀐 젊은 집주인으로부터 신혼집으로 실거주해야 하니 집을 빼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모씨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갈 곳이 없었다. 전세자금대출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자금 사정상 서울에 남으면 원룸이었고 의정부까지 더 올라가면 구축 아파트는 갈 수 있었다.
그는 "올해 초 집주인이 집을 싸게 내놨다면서 살 생각이 있냐고 물었을 때 어떻게든 돈을 마련했어야 했나 싶다"며 "이곳저곳 손 벌리기 싫어서 망설였던 게 한이다"라고 말했다.
또 경기도에서 원룸 월셋방에 사는 정모씨(30)는 정부로부터 받은 주거안정 월세자금대출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 상환 기간은 다가오는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했다.
정모씨는 "직장에 다닐 때 월세가 부담돼 매달 20만원씩 받았다"며 "이제 6개월 뒤 480만원을 일시 상환하거나 연장해야 하는데, 그럼(연장하면) 960만원은 어떻게 갚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마땅치 않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그는 "남들은 주식이다, 비트코인이다 돈을 번다는데, 정말 아무것도 할 수도, 일자리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정말 벼락거지 신세"라고 했다.
열심히 일만 했던 김모씨(46)도 어려움을 털어놨다. 기대했던 청약은 높은 가점과 경쟁률에 막혀 가망이 없고, 관심을 둔 적 없던 재테크로 성공한 이들의 소식에 괴로워서다.
김씨는 "주변에 집을 산 후배나 동기들, 선배들은 그나마 걱정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제 분양가도, 청약 가점과 경쟁률도 너무 높아서 엄두가 나지 않아 언제쯤 내 집 마련을 하나 싶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2020년 5월~2021년 4월) 서울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94대1에 달한다. 이번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15대1에서 3년 만에 6배 넘게 오른 셈이다.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가점 최저점수는 올해 1~4월 64.9점에 달한다. 이는 무주택기간 15년(32점)에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17점)으로 최소 45세에 최고점을 채우고 부양가족수 3명으로 15점을 받아도 모자란 점수다.
김씨는 "청약 바라보고 돈을 모았던 내 자신이 참 초라하다"며 "그 돈으로 재테크를 했다면 집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집을 사고도 남는 돈이 있었다면 없는 셈 치고 비트코인이라도 했을 거다.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고, 없는 사람은 더 뒤처진다는 게 서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