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지역위원장 공모에 ‘추측’ 난무…당헌상 대선은 못 나와

2021-05-14 18:03
국민의힘 내부 “지분 알박기냐, 독자 대선 출마냐”
당헌엔 ‘당권 대권 분리’…대선 1년 전 사퇴했어야
주호영 “安, 지분이나 당명 변경 요구 안 한다 해”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왼쪽)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3차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과 합당하기로 한 국민의당이 전국 253개 국회의원 선거구 지역위원장 공모를 시작하면서, 국민의힘 내부가 들끓고 있다. 합당을 앞두고 지역위원장 공모를 시작한 건 △실무협상에서 지분을 요구하거나 △독자 행보를 시사하는 것 외엔 다른 의도로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합당을 추진했던 주호영 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난 뒤 비상대책위원들에게 ‘안 대표가 지분이나 당명 변경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언급, 이에 대한 의혹도 커지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국민의당이 지역위원장 공모를 시작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누가 봐도 지분 챙기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합당할 때 우리 당협위원장들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게 무슨 야권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냐”고 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총선 당시 지역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내기로 결정했다. 당시 국민의당 소속으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던 정치인들은 대거 국민의힘으로 이동해 총선을 치렀는데 이들의 비판도 나온다.

한 인사는 “합당을 한다고 해놓고 지역위원장 공모를 하는 게 정치도리에 맞느냐”며 “지난 총선 지역구 후보를 출마 안 시키면서 있는 지역위원장을 다 내쫓아놓고는 이제 와서 판을 벌리면 누가 오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국민의힘 내부에 자강론 목소리가 커지니 압박 수단으로 쓰려는 건지, 합당 협상에서 알박기로 지분을 요구하려고 하는 건지, 지역위원장을 볼모로 안 대표의 자리를 요구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치 문법상 옳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지상욱 원장도 전날(13일) 페이스북에 “통합이 힘들 것 같으니, 스스로 독립하기 위해서, 아니면 통합 논의 시 지분 알박기를 위해서. 이 두 가지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사람 눈에는 뻔히 보이는데, 본인만 아니라고 우긴다면 이 또한 너무 자기 중심적 아닌지. 또다시 안동설(安動說) 떠오르는 오늘”이라고 적었다.

이와 관련,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야권의 파이를 키우려면 통합의 모든 책임있는 주체들이 스스로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분요구를 위한 ‘알박기’ 운운은 모욕적이다”고 했다.

안 대표가 독자적인 대선 출마를 하기 위해 지역 조직 정비를 시도하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자강론이 나오면서 안 대표 역시 ‘플랜B’ 형식으로 세력 확대를 꾀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러나 현행 국민의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안 대표는 국민의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국민의당 당헌 75조(대통령선거후보자의 추천) 3항은 ‘대통령후보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전에 사퇴해야 한다. 다만, 제 101조의 비대위원장, 위원은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다면 안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경선에 참여하기 위해선 지난 3월 9일 이전에 사퇴했어야 하는 셈이다. 안 대표는 현재도 국민의당 대표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헌당규를 개정하거나 새로운 부칙을 제정하지 않고선 경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을 때 안 대표는 “단언컨대 오늘로써 민주당은 대의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공당으로 사망선고를 받는다”며 “스스로 도덕적 파산을 선언하고 자신들이야말로 적폐세력이라고 커밍아웃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민주당은 눈꼽만큼의 양심도, 부끄러움도 없다. 뻔뻔함, 파렴치, 후안무치라는 단어가 아니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