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향배] 정부 방침 바꿔 ‘지원’…SK하이닉스 “감사할 따름”

2021-05-12 05:12
각종 인허가·인프라 조성·토지보상 난항, 당초 계획보다 일정 지연
반도체 공급난·미중 패권경쟁 의식...13일 K-반도체 전략 발표 주목

각종 인허가 및 인프라 조성, 토지보상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조만간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13일 발표를 예고한 ‘K-반도체 밸리 육성 종합전략’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책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 지원은 없다던 기존 방침에서 180도 선회한 것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과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을 심각하게 인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런데도 2025년 초 가동이 예정된 SK하이닉스 팹1기 조성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전문가들은 K-반도체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 시설 지원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던 SK하이닉스가 이번만큼은 낭보를 받아들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기업이 애로를 느끼는 부분에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관계자들은 지난 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관련 회의를 열었고 지원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력한 지원안은 SK하이닉스가 송전설비와 공업용 수도를 건설하는 데 국비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또 송전설비와 공업용 수도 설비 설계 과정에서 한국전력을 비롯해 중앙정부, 지자체의 복잡한 행정절차 문제를 원스톱으로 간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공급망의 경우, 이미 기업이 상당히 부담을 진 선례가 있다.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의 경우 서안성~고덕 24㎞ 구간 송전선 설치에 반대하는 안성시 주민들을 설득하고 전기를 끌어오는 데 5년이 걸렸다. 삼성이 부담한 추가 비용만 750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제 국비 지원 여부를 떠나 지금이라도 정부가 지원책을 검토한다는 것은 향후 사업 추진에 고무적인 일”이라며 “정부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만 향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에 있어 희소식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앞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와 용인시 등 공무원들의 투기 의혹이 겹치면서 토지보상 협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장물조사도 최근에야 겨우 착수에 들어간 상태이나 일부 주민들의 협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애초 정부는 5~6월에 보상계획 공고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토지주들은 LH 사태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늦어질 공산이 크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원 415만㎡ 부지에 들어설 예정으로, SK하이닉스는 약 122조원을 투자해 팹4기를 신설할 계획이다. 애초 팹1기 첫 가동 시점은 2024년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3분기에 첫 삽을 뜨고, 내년엔 첫 번째 팹을 착공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 일정은 1분기씩 연기됐다. 작년 초 예상됐던 산업단지 승인도 지난 3월 29일에야 이뤄졌다.

용인시는 조속히 토지주들을 설득해 “연내 보상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나, 실제 가능성은 미지수다. SK하이닉스는 이와 관련해 “일정이 다소 지연된 만큼, 연내 산단 착공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정부가 조력자 역할을 해준다면 기업으로서는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용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