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1호PC'는 동양대, 정경심은 서울 있었다" vs 檢 "여전히 조작주체는 정경심"

2021-05-11 15:44
정경심 측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 주장. 검찰 "PC는 거짓말 안해"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날(2013년 6월) PC는 동양대에, 정경심 교수는 서울에 있었다'
10일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 공판에서 변호인들은 이 같이 주장했다. 표창장이 위조이든 뭐든 정 교수가 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정 교수는 2013년 6월 16일 방배동 자택에서 PC 1호를 사용해 딸 조민의 표창장을 직접 위조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이날 변호인 측 주장처럼 PC 1호가 동양대에 있었다면 검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게 된다.

이날 정 교수 측 변호인은 PC 1호에 관한 포렌식 자료를 근거로 해당 컴퓨터가 2013년 5월과 8월에 경북 영주에 위치한 동양대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의 별도 포렌직 결과 "2013년 5월 20일(월요일) 오후 1시 40분쯤 워드 문서 파일이 작성됐고, 킨들 프로그램이 설치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 무렵 정 교수는 동양대에서 월요일 2시~4시 '스크린 잉글리쉬' 강의를 담당했기에 이번 포렌식 자료는 정 교수의 컴퓨터가 2013년 5월 동양대에 있었던 것이 된다. 

아울러 변호인은 “1호 PC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2013년 8월 22일 오전 10시 10분에 정 교수가 영주의 우체국에서 등기우편물을 발송한 영수증을 발견했고, 이 시간을 전후해 PC 1을 사용한 기록을 확인했다”며  (2013년) 8월에 해당 컴퓨터가 동양대에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변호인은 포렌식 자료에 "9시 55분과 10시 36분에 쇼핑몰을 접속한 기록"이 발견된다며, 이는 정 교수가 영주의 우체국을 다녀오기 전후에 사용했던 컴퓨터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2013년 6월 달' PC 1의 위치가 추후 쟁점으로 부각될 듯

이처럼 변호인은 컴퓨터가 방배동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 표창장 위조 혐의를 정면 반박하고자 했지만 아직 결정적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는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5월과 8월의 PC위치는 확인이 됐지만 막상 '위조'가 된 것으로 지목된 6월의 위치를 밝혀줄 직접 증거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공판의 재판장인 엄상필 부장판사도 변호인에게 '6월 달' PC 1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냐고 질의했지만, 변호인은 '관련된 자료는 추후 보완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대신 변호인은 재판부에 '6월 달 PC 1의 위치가 동양대에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포렌식 자료를 제시했다. 변호인은 "유동 IP의 경우 장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데, 당시 IP 값이 변화하지 않았다"며 이 사실을 PC 1이 5월과 8월 사이에도 계속 동양대에 있었다는 증거로 내놓았다.

지금까지 검찰은 2013년 6월 16일을 정 교수가 방배동에서 표창장을 위조한 날로 특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무렵 '1호 PC'가 방배동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로 인정되면 검찰의 공소는 기각될 수밖에 없다.

 
檢 "정경심이 위조의 주체···", 하지만 하나둘 흔들리는 증거들

이날 검찰은 "PC 1호가 방배동에 있지 않았다"는 변호인의 반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기 보다는 "컴퓨터에서 관련 관련 자료가 나온 것은 사실이고, '표창장 조작'의 주체는 정 교수로 특정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의 논리를 고수하는 전략을 보였다.

'디테일'을 파고드는 변호인의 전략에 대항해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범죄의 주체는 정 교수 외에는 없다'라는 반론이다.  

정 교수가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친한 사이로 굳이 본인이 위조를 할 동기가 없었다는 변호인 측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피고인의 딸이 봉사활동을 한 사실이 없으며, 6월 16일은 서울대 원서 접수 전날이었다"라며 정 교수에게는 위조의 동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봉사 사실자체가 없었으니 표창장을 요청할 수 조차 없었다'는 논리다. 

이날 검찰은 표창장 위조의 증거로 △표창장의 인영 모양 △주민등록번호 기재 여부 △일련번호 위치 등을 기존의 주장을 반복해 제시했다.

한편 이날 변호인은 '검찰이 의도적으로 1호 PC의 포렌식 자료를 왜곡·누락했고, 증거 수집 직전에 USB를 삽입해 증거를 오염시켰다'는 주장을 담은 자료도 제출했다. 앞선 항소심 첫번째 기일에서 주장했던 내용의 증거인 셈.

검찰이 정 교수 측에 유리한 증거를 의도적으로 제외하거나 결론에 맞춰 증거를 왜곡했다는 점이 법정에서 사실로 받아들여지면 검찰은 '과잉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