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구 칼럼] 젊은 기술창업의 성공도 높이기

2021-05-10 11:02

[박원구 고려대 연구교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젊은이의 창업 성공이 한국 경제 위상에 비해 저조한 현실을 보면서 캠퍼스 창업과 젊은 창업가(entrepreneur) 육성에 대한 의견을 적어본다. 크게 성공하는 기술창업은, 통계수치로 볼 때 졸업 후 특정 분야에서 일정기간 근무 중에 사업 아이템을 착안하여 창업하는 경우에서 많이 탄생하였다.

우선 서울대에서 개최된 서울대 내의 창업 현황에 대한 공청회 내용을 보자. 서울대에서 교수가 창업한 후 기업공개(IPO)까지 달성한 기업은 4개뿐이다. 창업 관련 개설 교과목은 3년간 18개이며, 그나마 강사법 시행으로 인기 강의는 다수 폐강되었다. 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업시 애로사항을 조사하니 학업 지장(75%), 운영자금 부족, 아이디어의 비현실성을 거론하였다. 실제로 창업에 몰두하여 대학을 포기하는 학생도 발생한다.

젊은 교수들의 창업을 바라보는 이해관계자의 시각이 사뭇 다르다는 연구결과도 재미있다. 벤처캐피털을 포함한 투자자들의 캠퍼스 창업에 대한 시각은 '교수들은 안정된 직장이 있는데 벤처에 전력투구를 하겠냐'는 것이다. 또한 대학창업의 결과물은 대부분 제품화도 이루지 못한 원천기술 상태이므로 투자비 회수에 더욱 긴 시간이 필요하여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젊은 교수들의 시각은, 대학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논문 실적이 중요한데 벤처에 매달린다고 논문과 연구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 내 관계자는 사업화 성공을 대학 측에서 조급하게 독촉하며, 봉급이 낮은 대학 벤처에서 일할 유능한 직원을 고용하기가 힘들다고 얘기한다.

대학병원에서의 창업은 최근 바이오기업의 높은 기업공개 인기와 더불어 관심도가 높아졌다. 병원의 풍부한 임상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진료, 창업에 대한 교수들의 희망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래 세 가지 형태의 교수창업 참여방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방안으로, 교수들은 원천기술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주식 등을 교환받고(현물출자) 진료는 계속하는 것이다. 둘째, 교수는 원천기술 제공과 일부 경영 참여를 병행케 하는 것이다. 셋째는 본격적인 창업 활동을 허용하는 형태로서, 창업휴직과 사내벤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세 가지 안 중에서 선택하게 하면 창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다.

일반적으로 이공계 출신들의 커리어 개발은 아래의 5개 유형 중 하나로 발전된다. 첫째 유형은 기술개발전문가로, 담당 분야의 최고기술자(CTO)를 목표로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 둘째는 제품개발 전문가로, 도전적인 신제품 개발을 추구하는 유형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셋째는 연구관리자로, CTO를 목표로 인사·예산권을 가지고 연구부서를 운영하는 관리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넷째는 기술사업가로, 최고경영자(CEO)를 목표로 하며 연구개발 결과의 사업화와 판매까지 책임지는 유형이다. 마지막 다섯째 유형은 창업가로, 연구결과를 토대로 창업하는 것이다.

본인의 경력개발 목표가 정해지면 창업교육을 대하는 수강생들의 자세도 달라진다. 이는 다양한 계층을 교육할 때 대상별로 관심사항이 다르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이공계 학부생은 창업교육을 수행할 때 창업에 필요한 마케팅, 경제성 분석 등 일반 경영지식에 관심도가 높다. 인문계 학부생은 경영학에서는 다루지 않는 제품개발, 벤처경영에 집중한다. 대학원생들은 개발 아이템을 나름대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화 프로세스, 기술자산(IP) 관리에 관심도가 높다.

대학 외부의 경우, 대기업의 신사업 기획자는 기술성·시장성·경제성을 따지는 사업성 분석과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문서화 작업(documentation)에 관심이 크다. 창업 아이템을 이미 보유한 창업자는 신제품 출시(launching) 프로세스, 투자 유치에 집중도가 높다. 창업을 모색하는 은퇴자는 회사 설립과 정부 지원금 유치에 큰 관심을 보인다. 무엇보다 창업교육에서 아쉬운 점은 창업 실무경험도 묻어나면서 경영학, 회계, 기술경영 지식도 겸비한 수준 높은 강사와 교재의 희소성과 홍보 부족이다

기술창업의 성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래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기업 투자 담당자의 의문점 중의 하나가 “R&D 투자를 늘리면 기업의 장기성과는 좋아지는 것일까”이다. 이에 대한 과거의 연구결과는 불행히도 뚜렷한 결론이 없었다. 즉, R&D 투자로 인해 경영성과는 좋아진다, 나빠진다, 상관없다가 비슷하게 결론지어졌다. 세계적 연구기관인 부즈알렌 사가 2006년 R&D 투자를 많이 하는 세계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기술경영(MOT·management of technology) 개념이 발달하여 분석에 이를 포함시켜 연구한 결과, 다수가 내린 결론은 R&D로 인한 장기성과가 좋으려면 R&D 투자비의 크기보다는 R&D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기술창업도 R&D 관리 등 기술경영의 중요성을 생각하면서 경영해야 하겠다.


박원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영학 석사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