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잃은 은행IT] ②은행장도 나선 '디지털 임원' 모시기…외부수혈 경쟁 치열

2021-05-11 06:05
내부발탁ㆍ순혈주의 탈피…DT 적임자 물색은 계속
신한銀, 디지털혁신단 책임자급 대다수 외부 출신
삼성SDS, SK C&C 등 출신 다양…주특기 각양각색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제공]

[데일리동방] 은행권 IT인재의 품귀현상 속에서 은행별 디지털 전담 조직을 이끌 임원 영입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내부 인력풀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업체)와의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혁신)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은행 특유의 순혈주의에서 탈피해 외부 수혈을 강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최근 디지털금융 전담 임원들을 모두 현직 IT기업 출신들로 기용했다. 상무 직급 이상의 부문장부터 은행장 다음 서열의 부행장에 이르기까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 인사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외부 인사 영입을 위해 은행장들도 직접 뛰어들고 있다. 신한은행은 진옥동 행장 직속의 디지털혁신단을 지난해 말 신설한 후 책임자급 이상을 모두 외부에서 수혈했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 DT를 선도할 컨트롤타워 역할과 의무를 디지털혁신단에 부여하는 한편, 혁신단 산하의 전문조직을 이끌 리더들을 적극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혁신단장은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금융회사 경력이 풍부한 김철기 상무가 수행 중이다. 2017년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 상무의 진두지휘로 혁신단은 AI(인공지능)·마이데이터·데이터 유닛·디지털 R&D센터 등 4개 조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각 유닛장(長)들 역시 국내 대표 IT기업 출신들로 구성했다. AI사업 총괄(AICC)에는 삼성SDS AI선행연구Lab장 출신의 김민수 센터장, 마이데이터 유닛장은 삼성전자와 KT를 거친 김혜주 상무, 데이터 유닛장은 SK C&C에서 영입된 김준환 상무가 각각 맡고 있다. 은행권 통틀어 DT 전담기구 책임자급 전원을 외부 인사들로 채운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직원과 실무진은 IT 관련 자회사에서 충당할 수 있다 해도 조직의 리더는 다른 문제"라며 "진정한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는 기존의 보수적이고 순혈주의적인 테두리에서 벗어나 더욱 과감한 인재 영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내부 기조"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김진현 전 삼성화재 디지털본부 부장을 영입해 디지털그룹 DI추진단장에 기용했다. 디지털금융의 일환으로 AI 서비스에 주력할 뜻을 밝힌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은행 DI추진단을 필두로 대화형 로봇(챗봇)을 비롯한 AI 서비스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까지 디지털사업을 총괄한 DT추진단을 디지털그룹으로 격상시킨 동시에 디지털그룹 산하에 디지털금융단과 DI추진단을 신설했다. 신임 단장 영입에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단장은 삼성화재의 디지털 서비스 수준을 업그레이드해 자동차보험 점유율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또 DT추진단장에 하나금융투자 출신의 황원철 부행장보도 앉혔다.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3월 박성호 행장 취임 후 조직 개편에 따라 미래금융본부 부행장을 영입했다. AI와 빅데이터 등 미래 금융분야 개발을 주도한다는 목표로 김소정 전 딜리버리히어로 본부장이 신임 부행장에 올랐다. 하나은행 설립 사상 두 번째로 외부 인사를 부행장급 임원에 앉힌 것에 해당한다. 김 부행장은 이직 전 이베이코리아에서 디지털마케팅을 포함한 15년 경력을 쌓으며 디지털 유통과 관련해서도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국민은행은 IT총괄직에 삼성전자와 현대카드 경력의 윤진수 부행장을, 테크기술본부장에 박기은 전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를 각각 선임했다. 농협은행도 지난해 7월 새 그룹 디지털금융부문장(부행장)에 이상래 전 삼성SDS상무를 영입, 이 부행장은 현재 디지털금융 베테랑으로 꼽히는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은행들도 DT 경쟁에 뛰어들면서 적임자 물색이 한창이다"며 "어느 기업 출신을 스카우트해 오느냐, 어떤 분야 전문가를 모셔오는가 역시도 은행권의 새로운 경쟁 요소가 돼가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