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與 대권주자 3인방, '현금성 공약' 쏟아내며 대선행보 본격 시동
2021-05-07 00:00
이재명 '세계여행비', 이낙연 '출발자금', 정세균 '씨앗통장'
여야 곳곳서 비판 목소리..."잔돈 몇 푼으로 청년 유혹하냐"
여야 곳곳서 비판 목소리..."잔돈 몇 푼으로 청년 유혹하냐"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현금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대선까지 10개월 남짓 남은 가운데 세계여행비, 예비역 출발자금 등 청년들을 유혹할 만한 공약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 당대표를 언급하며 '허경영 벤치마킹'이냐,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냐'며 지적했다.
이재명 '세계여행비', 이낙연 '출발자금', 정세균 '씨앗통장'
대표적인 여권 차기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학에 가지 않는 청년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주자고 제안했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4년간 대학을 다닌 것과 4년간 세계 일주를 다닌 것 중 어떤 게 더 인생과 역량개발에 도움이 될까"라며 "4년 동안 기술을 쌓고 노력한 결과가 4년 동안 대학 다닌 사람의 보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거나 나올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우회로를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 지사의 말대로라면 대학원 석사의 보수는 대졸자와 단 2년 경력만큼만, 박사는 5년 경력만큼만 차이 나야 하나"라며 "'대학 안 가는 사람에게 세계여행용 1000만원'처럼 선정적인 낚시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현금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 지사는 6일 페이스북에 "세계 일주 체험은 공약 발표나 정책 제안이 아니라 대학 미진학 청년 지원정책을 난상토론하는 자리에서 지원 방법의 다양성을 논의하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드린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지사는 "대학생에 대한 지원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미진학 청년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지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 지원으로 책을 사든 학원에 다니든 여행으로 체험을 하든 방법은 다양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여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낙연TV'에 나와 제대 시 사회출발자금으로 3000만원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징집된 남성들은 제대할 때 사회출발자금 같은 것을 한 3000만원 장만해서 드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대 후 나아가고자 하는 분야에 도움이 될 만한 부대에 배치하는 등 군 복무가 인생에 보탬이 되도록 배려하면 어떨까"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장병 내일준비적금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장병들의 봉급을 좀 더 현실화하는 등 여러 정책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대권에 도전 의사를 내비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살이 되는 사회초년생에게 1억원을 지급하겠다는 '미래씨앗통장' 정책을 내놨다. 정 전 총리는 "모든 신생아가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부모 찬스' 없이도 자립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설계 중"이라고 했다.
여야 곳곳서 비판 목소리..."잔돈 몇 푼으로 청년 유혹하냐"
이처럼 여권의 대선주자들이 현금성 정책을 내건 데 대해 여야 곳곳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여권 대선후보들을 향해 "정책은 바꾸지 않고 잔돈 몇 푼으로 청년들을 유혹만 하고 있으니 참 어이없는 나라가 돼 가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재정 퍼주기 경쟁'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늘어나고 있다"며 "나눠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어떻게 채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세 주자의 공약을 싸잡아 비판했다.
오는 9일 공식 출마 선언을 앞둔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막연한 퍼주기 정책 경쟁에 우려를 보낸다"며 현금성 공약 견제에 나섰다. 박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요즘 대선주자께서 20대를 겨냥한 정책이라며 내놓는 제안들을 보면 '너무 그러지 좀 맙시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