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의 눈물] 정부지원 '숨구멍'만 열어준 것···“면세점은 황금알 낳는 거위 아냐”

2021-04-28 08:00

업계 및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면세점 회생방안. [아주경제 DB]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관광레저 분야 소비지출 규모가 20% 넘게 줄었다. 외국인의 국내 관광레저 분야 지출이 70% 넘게 감소했고, 관련 업종 중에서도 면세점업의 매출 감소가 뚜렷하다.

26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송수엽 부연구위원이 공개한 2020년도 국내 관광레저 분야 소비지출액은 134조8985억원으로 전년 대비 21.8%(37조6782억원) 줄었다. 면세점은 –73.5%로 감소율을 보였는데, 면세점 업계는 이용객 추산으로 기존 대비 90% 급감했다.

면세점업계는 그야말로 고사 직전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면세점 전체 매출은 15조5052억원으로, 2019년 24조8586억원 대비 약 38% 감소하며 약 10조원이 증발했다.

면세점 업계는 영업시간 단축, 주4일제, 무급휴가, 급여반납 등 자체적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약 4만명에 달하는 면세산업 종사자의 고용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약 30% 이상이 무급휴가 중이며 위기 상황 지속 시 구조조정 등 추가 조치가 우려된다.
정부 단기 대책 보탬 됐지만···“면세·구매한도 상향 등 근본대책 시급”

정부도 손을 놓지만은 않았다. 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공항 임대료 감면 △재고 면세품 내수판매 허용 △무착륙 관광비행 이용객 면세쇼핑 허용 △특허수수료 50% 감면 등 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 개선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우선 △면세 및 구매한도 상향 조정 △특허수수료제도 개선을 지적한다.

코로나 이후 억눌렸던 쇼핑 수요와 해외여행 폭증이 예상되는 만큼 해외 소비를 국내로 전환하기 위해 내국인 구매한도(현재 5000달러·556만여원)와 면세한도(600달러·66만7000여원)를 주변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수준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기준점은 중국 하이난이다. 하이난 면세한도는 1700만여원 수준이다. 면세한도를 조정하지 않으면 정부가 허가한 무착륙관광비행 역시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면세매출에 대한 특허수수료 50% 한시 감면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정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특허수수료가 이익 환수를 목적으로 한다면, ‘매출’이 아닌 ‘이윤’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특허수수료 산정 기준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면세점 특허권 제도에 대한 개선도 언급된다. 현재 5+5년 제도가 5년마다 사업 존폐기로에 놓이게 돼 고용불안을 유발하고, 해외 파트너사 협상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면세바우처·온라인 면세 역직구···‘하이난’ 버금가는 특단 대책 있어야 

출국하지 않은 사람도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는 ‘면세 바우처’에 대한 요구도 있다. 성인 내국인에 한해 휴대품 면세 반입 한도인 600달러 이내로 한시적으로 출국을 하지 않고도 면세 쇼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이미 싱가포르와 태국, 일본, 홍콩 등은 일부 세금을 포함한 가격, 로컬상품 등 일정한 규제를 두고 운영 중이다.

물론 코로나 등 면세사업이 다시 풀렸을 때 이미 기존에 구입한 600달러에 해당하는 면세금액은 이후 해외여행을 가지 않으면 반납해야 한다.

여기에 ‘온라인 면세 역직구’ 허용도 어려움을 타개할 해법으로 제시된다. 온라인 역직구는 이른바 ‘다이궁(代工)’의 국내 면세상품 독점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 다이궁 대량구매 상인에게 헐값에 면세품을 넘기는 비중이 95%를 넘는다. 면세점 업체는 덩치를 키운 다이궁에게 헐값에 면세품을 대량 판매하는 등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고 있다. 팔면 팔 수록 영업적자가 쌓이는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이궁이 아닌 외국인에 대해서는 면세상품의 온라인 직구를 허용하자는 취지다. 면세사업자는 온라인 직구족만 잘 잡아도 다이궁 비즈니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변정우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면세점 바우처는 도시국가인 싱가포르, 사회주의국가인 중국 등의 특수한 상황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는 자칫 특혜 등의 반발이 나올 수 있고, 무엇보다 행정력 낭비라는 한계가 있다”며 “외국인에 한해 온라인 역직구를 한시적으로 허용해주면 다이궁에게 울며겨자먹기로 대량판매해 팔면 팔수록 적자가 양산되는 어려움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