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신용대출 금리,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올랐다

2021-04-26 19:30
금융당국 가계부채 고강도 대책 앞두고
은행 '돈줄 죄기'…지난달 들어 일제히 올라
평균 금리 모두 3%대…작년 3월 이후 처음

4대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가 지속되는 데다 시장금리까지 오르면서 대출 금리 또한 덩달아 인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8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취약 가구 차주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일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3.03~3.72%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2.92~3.57%)과 비교해 하단이 11bp, 상단이 15bp 높아졌다.

가장 인상폭이 높은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3.27%로 2월과 비교해 33bp가 올랐다. 하나은행의 경우 전월 대비 15bp 오른 연 3.72%로 4대 은행 중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각각 연 3.26%, 3.03%로 전월에 비해 17bp, 11bp 인상됐다.
 

[그래픽=아주경제 편집부]

4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모두 연 3%대에 접어든 것은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시중에 유례없는 수준으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8월 4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2.29~2.75%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금리와 비교하면 하단이 63bp, 상단이 82bp 낮다. 이후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까지 꾸준히 오르다가, 올해 들어 진정세를 보이는 양상을 나타냈다.

신용대출 금리가 지난달 들어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국이 최근 몇년 사이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고강도의 대책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각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돈줄 조이기'에 들어간 측면이 크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말이다. 실제로 4개 은행 모두 일종의 우대금리에 해당하는 가감조정금리를 지난달 일제히 4~6bp 낮췄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것도 신용대출 금리를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의 대출 재원 조달 비용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장기채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19일 1.71%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은행채에도 반영됐다.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달 말 0.886%로 전월 대비 3bp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가 최저 수준이었던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12.5bp 높아진 셈이다.

문제는 이번 신용대출 금리 인상을 신호탄으로 향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 국채 금리가 현재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리 상방 위험은 여전하다는 게 채권 시장의 평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조25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투자 법안이 추진되고, 물가와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질 경우 미 국채 금리 또한 상승 랠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쇄적으로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올릴 경우 영세 자영업자와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채무 상환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자영업자 가구는 지난해 말 현재 20만7000가구, 이들의 부채는 79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