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천이 있었다] ①되짚어보는 원주별장 사건

2021-04-23 06:00
본인 소유건물서 '김학의 별장 동영상' 촬영
성접대 혐의, 검찰 무혐의·법원 무죄 판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뇌물을 건네고 성접대를 한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1에는 건설업자 박무성이 등장한다. 검찰·경찰 가리지 않고 성접대를 하는 인물인데 마치 윤중천씨를 떠올리게 한다. 시즌2에서는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별장 성접대 장면이 나온다. 들어본 사람은 알 만한 현실 속 사건을 모티브로 가져온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약·별장·성접대·동영상...'

건설업자 윤중천씨 이름 앞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이다.

윤씨는 2006년 7월께부터 강원도 원주시 별장에서 각계각층 인사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별장 근저당권을 두고 만났던 여성 중 한 명과 금전적 갈등을 겪게 된다. 윤씨는 몰래 찍어둔 성관계 촬영 영상으로 이 여성을 협박하려고 했지만, 윤씨 아내가 나서서 두 사람을 간통 혐의로 고소한다.

그러자 이 여성은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윤씨를 합동강간·상습공갈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진술 공범을 만든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공범에겐 윤씨가 구속되면 2000만원을 준다고 했다. 윤씨에게 빌려준 벤츠 승용차를 팔아 목돈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로커가 중간에 차량을 임의로 팔아버리면서 일이 꼬인다. 특히 이 브로커는 차를 팔기 전 한 가지를 차량 내부에서 빼냈다.

바로 오늘날 현직 검사 여럿을 피의자 신분으로 만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시작이 된 콤팩트디스크(CD)다. 여기에는 이른바 '김학의 별장 동영상'이 담겼다.

영상에 등장하는 한 남성은 속옷 상의만 입고 하의는 벗은 채 여성을 뒤에서 안고 트로트를 부르다 성관계를 한다. 이들 뒤편으로는 남녀 10여명이 함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촬영은 2006년에서 2008년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윤씨와 대치 중이던 이 여성은 "김학의 차관을 접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영상 속 인물이 김 차관이라고 확정하고, 윤씨와 함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피해 여성 2명을 조사한 결과 한 명은 의견을 번복하고, 다른 한 명은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인지도 불분명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지만 재조사에서도 역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특히 윤씨는 폭력·협박으로 최음제를 먹이고 여성들에게 성접대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그런데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대법원은 윤씨에게 징역 5년6개월과 추징금 14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기와 알선수재 등 혐의다. 핵심이 된 성범죄 혐의는 무죄를 받았다. 공소시효 만료 등이 이유였다.

윤씨는 2000년 이후 사기·횡령·사문서 위조·간통·특수강간 등 다양한 혐의로 20여차례 입건됐지만,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