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바이든, 中 에워싼 '떼 공세' ..시진핑 주도 포럼엔 文대통령이..

2021-04-20 19:57
사면초가에 빠진 중국의 출로는?

[박승준의 지피지기(知彼知己)]


요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구사하는 전략을 보면 ‘사면초가(四面楚歌)’의 고사가 떠오른다. 기원전 202년, 지금의 안후이(安徽)성 링비(靈壁)현에 해당하는 해하(垓下)에서 유방(劉邦)과 항우(項羽)가 최후의 일전을 벌였다.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 진(秦) 멸망 이후의 천하 패권을 놓고 벌인 이 전투에서 유방은 병력의 우세를 활용해서 중국 남부 초(楚) 지방을 대표하는 항우를 겹겹이 포위했다. 그리고는 항우 고향지방의 노래인 초가(楚歌)를 부르게 했다. 병력의 열세에 식량도 다 떨어져가던 항우는 ‘유방이 초지방도 대부분 점령한 모양이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애첩 우희(虞姬)를 뒤따라 자결한다. 천하의 패권은 유방에게 넘어간다. 

바이든은 지난달 12일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을 연결하는 쿼드(QUAD) 정상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워싱턴으로 초대해서 미·일 정상회담을 열었다. “새 시대의 글로벌 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for a New Era)”라는 제목이 붙은 공동성명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위한 동맹 강화’ 부분에서 중국에 대한 언급을 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국의 행동에 대한 견해를 교환했다. 국제질서와 일치하지 않는 중국의 행동에 대한 관심을 공유했다. 중국이 행사하는 강압적인 경제행위에 대한 관심도 포함됐다. … 우리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억제력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 우리는 동중국해의 균형을 깨는 어떤 일방적인 행동에도 반대하며,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불법적인 주장과 중국의 남중국해 활동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일본 총리가 워싱턴에서 미국 대통령과 중국의 행동을 ‘불법적(unlawful)'이라고 규정한 것도 분통이 터지는 일이지만, 중국의 핵심이익이 걸린 대만 문제와 홍콩문제, 신장(新彊)위구르 자치구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언급을 했다.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확인했으며, 대만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홍콩과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심각한 관심을 공유했다. …”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기자회견에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일본이 국제사회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며, 국제질서를 정의할 자격도 없다. 자신의 기준을 다른 나라에 강요할 자격도 없다. 미국과 일본은 입으로는 ‘자유와 개방’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패거리(小圈子)’를 지어 집단대항을 선동하고 있다. 이런 행동은 시대조류를 거스르는 일이며 이 지역과 세계 대다수 국가들이 추구하는 평화와 발전의 기대와 정면으로 배치(背馳)되는 일이다. 세계인들은 ‘미·일동맹’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危害)한다는 사실을 점점 더 분명하게 깨닫게 될 것이다.”

말로만 한 것이 아니라 중국군은 19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난펑(南澎) 열도 해역에서 해상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차관을 포함한 3명의 비공식 대표단을 대만으로 파견하자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6일간 하루 10시간의 해상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이었다. 비록 비공식 대표단이라고는 하나 미 국무부 전직 고위관리들이 대만을 방문해서 15일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총리)을 만난 것이 “대만과 대륙의 분열을 획책하는 행위이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위반”이라는 주장을 총소리와 미사일 발사로 대신한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특사들이 대만을 방문하는 기간에 일본에서 이륙한 미 공군의 RC135 전자 정찰기가 광둥성 일원을 정찰 비행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목소리는 지난달 10일 미 상원에 제출돼 14일 토론에 부쳐진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관리 정책(Policy for managed strategic competition with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법안 때문에도 날카로워졌다. 이 법안은 구체적으로 시진핑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중국의 내정에 대한 간섭적 표현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안 내용)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시진핑은 ‘중국의 위대한 부활’을 중화인민공화국의 내외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중국공산당의 통치를 강화하고 있다.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정부와 경제 운용에서 중국공산당의 역할을 강화하고, 광범위한 영토적 주장을 담은,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보편적인 가치와 인권을 부정하고, 레닌주의적 모델인 것으로 판단되는 중국의 거버넌스(통치체제)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가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체제 국가들의 정치체제보다 우수한 것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그런 통치체제에 대한 접근법으로 중국을 글로벌 리더 국가로 만들려고 하고 있으며, 세계의 미래를 중국에 맞게 만들어 가려하고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 중국은 미국이 불충돌, 불대항, 상호 존중과 윈윈의 자세를 갖기를 바라며, 미국의 관련 인사들은 중국과 중·미관계를 객관적인 이성으로 바라보기를 바라며, 그런 부정적인 법안의 추진을 정지시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특히 대만과 홍콩, 신장 위구르 자치구 문제에 대해 “세계에는 하나의 중국이 있을 뿐이며, 대만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이므로, 만약 미국이 대만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경우 중·미관계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엄중한 손해를 면치 못할 것임을 밝혀둔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중앙TV 보도에 따르면,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해서 작전을 펼치고 있으며, 프랑스 해군은 지난 3일 인도양에서 진행된 미, 일, 인도, 호주와 5개국 합동 해양군사훈련에 참가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 일, 인도, 호주 4개국의 QUAD 정상회담이나, 영국과 프랑스 해군의 인도태평양 작전 훈련, 미국과 일본 정상회담의 자극적인 성명 내용 등은 중국인들에게는 180년 전의 아편전쟁 당시를 생각나게 하고 있다. 당시 증기기관을 발명해서 제1차 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과 유럽 국가들은 중국보다 훨씬 우수한 대포를 장착한 군함을 홍콩 앞바다로 파견해서 당시 청나라의 해안포를 무력화 시키고 중국 전역을 식민지 상태로 빠뜨렸다. 당시 일본은 1900년에 베이징(北京)을 분할 점령한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 등 서양 8개국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전략으로 유럽과 일본을 총동원해서 중국을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이란을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 일부 국가들의 도움과 일대일로(一帶一路)로 연결되는 중앙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원으로 맞서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자신의 첫 방문지를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선택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19일부터 열린 보아오(博鰲) 포럼에 시진핑이 주재할 영상회의에 참여한 20개국 정상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렸다. 문 대통령과 함께 20일로 예정된 시진핑의 보아오 포럼 영상 강연을 들을 국가정상들은 브루나이, 칠레,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라오스, 싱가포르, 스리랑카,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말타, 몽골, 뉴질랜드 등 14개국이라고 중국 외교부는 19일 발표했다. 중국이 결코 사면초가에 빠진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가능하게 해줄 국가 정상들의 대열에 우리 대통령이 포함된 것이다.

이런 우리 외교 전략에 대해 중국 헤이룽장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 다즈강(笪志剛) 소장은 지난 7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에 “한국이 자주 평형외교를 하는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동북아에 위치해서 역내외 대국과의 관계가 복잡다변하고, 은원(恩怨)관계와 현실적 모순이 교차하는 입장인데도 독립적인 가치판단과 외교를 목표로 해서 역내 국가들을 존중하는 일처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전문가인 다즈강의 이런 평가는 과연 칭찬일까 조롱일까.

 논설고문 · 호서대 초빙교수
 

스가·바이든 '20분 햄버거 오찬' (서울=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시간) 통역만 배석한 가운데 '햄버거 오찬'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