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오염수 방류 일본의 진짜 속내는 ‘가성비’?... 도쿄전력 신뢰도도 의문
2021-04-15 17:25
외교력으로 美 업은 日…가장 쉽고 싼 방법 택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치밀하게 미국과 접촉 지지 얻어내
인접국 한·중, 일방적 강행에 부글부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치밀하게 미국과 접촉 지지 얻어내
인접국 한·중, 일방적 강행에 부글부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버리기로 한 행보를 두고 안전성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우려에도 일본이 해양 방류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과학계에 따르면 당초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 처리 방안으로 △해양 방류 △대기·전기분해 방출 △지층주입 △지하매설 등 5가지 대안을 검토했는데, 이 중 해양 방류가 가장 빠르고 저렴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BC 등 외신도 일본이 주변국과 환경단체 반발에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고집하는 이유가 '경제적 효율성'에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 방안 중 대기 방출은 해양 방류보다 더 큰 비용이 필요하다. 지상에 방사성물질을 보관하는 저장소를 확보해야 하고, 고온에서 오염수를 증발시키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자문기관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소위원회에 따르면 수증기 방출과 수소 방출에는 각 349억엔(약 3500억원)과 1000억엔(약 1조227억원)이 필요하지만, 해양방출에 드는 비용은 34억엔(약 340억원)에 불과하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일본이 해양 방류를 선택한 이유는 돈이 가장 적게 들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방사성물질이 반감기(방사성물질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를 여러 번 거치려면 최소 100년쯤은 저장해야 하며, 여기에 10조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해양 방류는 저장 탱크가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일본, 생태계 보호 대신 비용 절감 택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 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가 발표한 '도쿄전력의 방사성 오염수 위기' 보고서에도 해양 방류 결정을 위한 일본 정부의 밑그림이 드러나 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 산하 삼중수소수 태스크포스(TF)는 오염수 해양 방류를 일본 정부에 권고했으며, 일본 원자력감독기구(NRA)도 이를 지지했다.
보고서에는 여러 원자력 업체가 방사성물질 제거 기술을 제안했으나, 이는 최대 1800억 달러(약 20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해 일본 정부가 부적합 통보를 내렸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한,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 쪽으로 노선을 급하게 결정한 배경을 두고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원전 사고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미국 "과학적으로 안전" vs 한국·중국 "일방적 조치 문제 있어"
지난 13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의 오염수 해양 방류 발표 직후 이웃국가의 반응은 극심하게 엇갈린 상황에서, 이틀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관련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이 '과학적인 방식'에서 '국제 안전 기준'에 적합한 결정을 내렸다며 지지 의견을 밝힌 상태다. 미국의 경우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일제히 트위터를 통해 "일본 정부의 '처리수' 방류에 대한 투명한 의사결정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이 같은 반응은 일본 정부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치밀하게 준비하고 미국, IAEA와 꾸준히 접촉해 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스가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대면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나온 결정이기에, 일본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 사전 조율을 했다는 추측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한과 중국은 저마다 앞다퉈 일본의 일방적인 '민폐' 조치를 비난하며 일본 측과 공방을 주고 받는 모양새다.
양측 공방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결국 지리적으로 근접한 위치에서 자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는 행위를 일본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던 삼중수소(트리튬)의 위해성 여부가 재차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도 할 말이 있다. 동일본 대지진 후 이미 10년 넘게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해온 입장에서 충분히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의 안전성을 검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예기치 않은 건강 저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필요 이상의 안전 기준까지 도입했다. 방류수의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를 통해 삼중수소의 농도를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1,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의 7분의1까지 낮춘 후 30~40년에 걸쳐 천천히 방류하기로 한 것이다.
◆과학계 "삼중수소 위험도 매우 낮다"
◆과학계 "삼중수소 위험도 매우 낮다"
실제로 일부 과학계와 외신도 삼중수소에 대한 논란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학전문매체 뉴사이언티스트는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국립해양센터 사이먼 보셀 박사의 말 등을 인용해 "생물 세포에 거의 손상을 주지 않을 정도로 매우 낮은 에너지 수준의 입자를 방출하는 삼중수소는 다른 방사성 원자들보다 상대적으로 해양생물에 무해하다. 연안 해역의 갑각류 등은 방사능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 있기는 하지만, 위험도는 매우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포브스는 삼중수소에 대한 반발에 적나라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매체는 "그린피스와 같은 비판자들은 모든 (방사성) 원자가 위험하고 후쿠시마 원전수는 영원히 저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삼중수소의 방사선학과 화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학 처리를 통해 삼중수소 이외의 다른 모든 방사성 원소는 물에서 제거되고, 남아 있더라도 그 양은 자연적인 대기와 원자력 발전, 핵무기 실험 등으로 형성하는 정도보다 현저히 적어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매체는 해양 방류 처리가 '직관적이진 않더라도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하고 "불행하게도 모든 종류의 방사성물질은 대부분의 사람을 겁먹게 만드는 것이 문제다. 반(反)과학적인 세계관이 가져온 오류 섞인 생각이 옳은 일을 방해하고 소중한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게 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는 결국 일본 정부가 '트리튬 위해성 논란'을 '뜬소문'으로 치부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방류할 원전 오염수를 마셔도 별 문제가 없는 정도니까 과학을 기반으로 더 빨리 결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13일 발언이나, 산케이신문이 보도한 "중국과 한국 따위에게 (비판을) 듣고 싶지 않다"는 익명의 고위 관료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고친 도쿄전력 데이터 신뢰할 수 있나?
◆사고친 도쿄전력 데이터 신뢰할 수 있나?
다만,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내각은 '방류수 내 삼중수소의 농도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해명에도 이웃국에서 반발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상당히 당황한 모양새다. 총리 관저 소식통은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 몰랐다"면서 우리 정부 등이 제기하고 있는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문제 등에 난색을 표했다.
앞서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우리나라에 패소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향후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의 수습과 오염수 방류 실무를 담당하는 도쿄전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경우, 그간의 안전성 연구 결과와는 별개로 코너에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쿄전력이 발표하는 '원전 오염수 처리 결과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기 때문이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부터 불투명한 의사소통과 부실한 업무 처리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키운 장본인이 바로 도쿄전력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붕괴 사고에 대한 총리관저 보고를 중간에서 누락하면서 수습 불가 지점까지 상황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