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복제인간 지키는 시한부 열연…공유 “영원한 삶 바라지 않아요”

2021-04-16 00:00
도가니’· ‘82년생 김지영’ 이어 다시 관객에 질문 던지는 작품 출연
극과 극인 두 남자의 동행… 볼거리에만 치중하지 않아 더 매력적
박보검과는 친구처럼 편하게 촬영…최초로 온라인·극장 동시개봉

영화 '서복'에서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 역을 맡은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삶을 갈구하는 뇌종양 환자와 영원한 삶을 끝내고 싶은 복제인간.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은 공상과학영화(SF) 속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두 남자의 동행을 지켜보며 함께 고민하도록 만드는 작품이다.

배우 공유(43)는 영화 '도가니', '용의자', '남과 여', '부산행', '밀정', '82년생 김지영'에 이르기까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풀어나가며 그 과정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연기해왔다. 쉽지 않은 배역이었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우울한 정서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작품만 끌리나 보다"며 우스갯소리를 해왔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매곤 한다.

"제가 가진 많은 정서 중 우울한 데가 있어요. 시청자로서 공유가 그런 작품에 꽂히고 좋은 것이지, 흥행과 논쟁거리 때문에 무거운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에요. 패자 같은 역할에 애정이 많거든요."

15일 개봉한 영화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을 극비리에 옮기는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이 복제인간을 노리는 세력의 추적을 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 중 공유는 뇌종양을 앓고 있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을 연기했다. 과거 사건으로 사고 후유 장애(트라우마)를 안고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던 기헌은 복제인간 서복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라는 임무를 받는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기헌은 영원한 삶을 살아야만 하는 서복을 보며 혼란한 감정을 느낀다.

"'서복'은 기존 할리우드 영화와 다른 매력을 가졌어요. 공상과학영화지만 볼거리에만 치중하지 않았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죠. 조금 더 관객이 기헌의 입장으로 서복을 바라보게끔 만드는 시점이 (할리우드 공상과학영화와) 다른 것 같아요."

영화 '서복'에서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 역을 맡은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영화 속 기헌과 서복은 완벽히 다른 상황에 놓여 대치하게 되는 인물. 그러나 동행하며 점차 가까워지고 이해하게 되는 캐릭터다. 기헌은 서복의 관찰자이자 관객의 눈이다. 평범한 인간인 기헌의 눈을 통해 우리는 서복을 바라보고 그가 가진 사색을 함께 나누며 고민하게 된다.

"관객들이 기헌이 느끼는 고통을 함께 느끼고 그처럼 통증에 시달리며 피폐해지길 바랐죠. 서복이 기헌에게 던지는 질문은 곧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에요. 내가 기헌이 되어 서복의 질문을 고민해보길 바랐죠."

그런 이유로 공유는 기헌이 지금보다 더욱더 어둡고 예민한 인물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완성작을 통해 보인 기헌보다 예민하고 날카롭기를 바랐다는 것.

"제가 생각했던 기헌은 지금보다 더 어두웠어요. 훨씬 더 말수도 적고 타인에게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난폭했죠. 그 정도로 어둡고 겉돌이(아웃사이더) 같은 인물을 생각했었어요. 감독님과 부딪친 부분이죠. 감독님께서는 '오히려 너무 영화적인 인물처럼 보일 것 같다'고 우려하셨어요. 살아 숨쉬는 느낌, '우리'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어하셨죠. 그가 시한부로 살면서 오락가락 피폐해졌을 수는 있다고 설명하셨어요."

영화 '서복'에서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 역을 맡은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영화는 계속해서 삶과 죽음에 관해 질문한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인물들은 때로는 처연하게, 때로는 탐욕스럽게 그려진다. 공유에게 "기헌은 왜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까" 묻자, 그는 "본능"이라고 답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을 선고받았을 때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거예요. 어느 누가 자연스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그런 이유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헌이 예민하게 보이길 바랐던 거예요. 역할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은 삭제되었어요. 사실 그 장면이 들어가길 바랐거든요. 아쉬운 마음에 말씀드리자면 기헌이 운전 도중 극심한 통증을 느껴 운전대에 고개를 박고 있는데 뒤에서 마구 경적을 울려요. 한 중년 남성이 기헌의 창문을 마구 두드리며 욕을 퍼붓는데 참지 못하고 그에게 폭력을 가하고 말죠. 기헌이 극단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폭력적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제외되고 말았지만요."

흥미로운 것은 시한부인 기헌이 그의 전작 드라마 '도깨비' 김신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도깨비' 김신은 영생한 인물로 기헌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서복' 시나리오를 보면서 '도깨비' 김신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도깨비' 김신은 제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아픈 인물이었거든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떠나보내는 경험을 반복해야 하는, 철저히 외로운 인물이었어요.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았지만, 정말이지 괴롭고 힘들었거든요. '서복' 기헌과는 또 다른 점이 있었죠. 개인적으로 저는 영원한 삶을 바라지 않아요. 하하."

공유는 '서복' 끝말(에필로그)을 보며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끝말을 보니 기헌이 조금은 편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가오는 죽음을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편안하게 눈 감지 않았을까요? 그 사이 기헌이 조금쯤은 성장한 거겠죠?"

영화 '서복'에서 전직 정보국요원 기헌 역을 맡은 배우 공유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서복과 기헌은 상반되는 역할을 통해 영화의 주제를 전달하고, 관객과 함께 나눌 고민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공유에게 극단에 놓인 캐릭터가 어느 지점에서 이해되고 교감되는지 묻자, 그는 "마지막 장면"이라고 대답했다.

"점층적으로 쌓여서 마지막에 폭발적인 힘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애초에 시작할 때 '당연히 교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둘의 여정이 시작되고 서복이 살아온 환경과 이야기를 들으며 기헌의 마음이 움직이게 됐죠. 점층적으로 쌓이다가 바닷가에서 기헌이 서복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심연 깊은 곳에 있는 죄책감과 괴로움을 보였을 때 절정이었던 거 같아요. '슬프면 울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죠. 그 뒤 서복이 '우린 이제 어딜 가죠' 묻고, 기헌이 '나도 모르겠다'고 답할 때 서로를 이해하는 지점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서복을 연기한 박보검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평소 나이는 숫자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박보검과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 밖에서도 붙어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그게 연기할 때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저는 권위적인 선배가 되고 싶지 않거든요. 저는 (박)보검이를 친구라고 생각했고 다행히 그도 저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믿고 따라줬어요. 장난도 많이 치고 이야기도 나누며 지낸 거 같아요. 고마워요. 불편할 수도 있는데 마음을 열어준 것 같아서요."

영화 '서복'에서 전직 정보국요원 기헌 역을 맡은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기대작이었던 영화 '서복'은 최초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와 극장 개봉을 동시에 진행하게 됐다. 코로나19 속 영화 산업의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일단 영화가 개봉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정말 기뻐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모두 낯선 상황을 겪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안타까운 면도 있지만 이런 상황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요? 극장을 고집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