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션·비트코인에 금값 상승 동력 '시들'

2021-04-14 06:15
"리플레이션 압력이 귀금속 매력 떨어뜨려…인플레 헷지 수요도 비트코인이 흡수"


지난해 장·단기 금리차 역전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금값이 최근 리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으나 심각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 환경이 조성되자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과 2월 온스당 1800달러대에서 거래됐던 국제 금값은 지난달부터 평균 17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732.7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2.10달러(0.69%)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와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지난해 8월 2000달러대까지 올랐던 국제 금값은 지난해 4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금값이 연결물 기준으로 2051.50달러까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15.54% 하락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금값 약세가 이어지는 배경으로 완화적 통화 정책 및 확대 재정 부양책 등이 동원되는 리플레이션 환경이 조성되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점을 꼽고 있다. 통상 경기 위축 시기에는 경제활동 둔화로 산업 금속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금과 같은 귀금속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지만 리플레이션 환경에서는 반대 모습이 나타난다.

진종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공투자 확대, 인프라 구축 등이 중심이 되는 재정 부양책은 궁극적으로 장기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경기 확장 국면을 장기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표 헤지 수단이자 리플레이션 국면에서 유독 약세를 보이는 금에는 호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하는 분위기 또한 금값 약세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반등 상황에서도 비트코인이 금보다 강한 복원력을 보이고 금의 기능을 흡수하며 금에서 비트코인으로의 자금 이동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 규제와 환경 이슈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지만 미국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 이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플레이션 환경이 지속되고 비트코인으로 이동하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등을 감안하면 금값이 오름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진 연구원은 올해 금값이 온스당 1550~1850달러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리플레이션 압력이 귀금속의 상대적 매력을 떨어뜨리는 데다 단기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에 대한 헤지 수요는 비트코인이 흡수하고 있어 실질금리에 기초한 적정 가치 대비 프리미엄을 부여하기 힘들다"며 "더불어 실질금리 자체도 상승해 금값에 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