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신수정 KT 부사장 "DX 핵심은 고객중심…통신사간 B2B경쟁은 졸업했다"

2021-04-13 00:10
기업사업부문 확대개편 '엔터프라이즈부문' 수장
자체경험 통해 기업고객 'DX실현 파트너' 역할로
"플랫폼·파트너 역량 엮어 60만 기업 DX 돕겠다"
"네이버·카카오는 모르는 전통기업의 고민 이해"
올해 고객중심, 규모있는성장, 구조적변화 집중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KT가 작년 10월 출범한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부문'을 앞세워 기존 통신시장을 넘어 IT·디지털플랫폼 기업들과의 '기업간 거래(B2B)' 분야 경쟁에 깊이 뛰어들었다. 통신기술과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조화시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공공·금융 조직, 수십만 대·중·소 기업의 고객중심 디지털전환(DX)을 돕는 파트너로 변신을 예고했다. 이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KT에서 엔터프라이즈부문의 역할은.

"개인소비자 대상(B2C)과 B2B로 나뉘는 KT 사업 가운데 B2B를 총괄한다. 통신 기반 위에 KT가 잘 하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얹어서 기업들이 성장, 혁신, 변화하도록 돕는 플랫폼 기반 DX 파트너, 이네이블러(enabler)가 되는 것을 우리 미션으로 삼았다. 작년부터 B2B 사업에서 IT와 DX의 비율이 점차 늘기 시작했고 올해는 이 분야를 적극 확대해, KT 전체가 '디지코(Digico)'로 가는 데에도 역할을 하고자 한다."

Q. 기존 '기업사업부문'과 어떻게 다른가.

"기존 기업사업부문은 KT의 여러 부문 중 하나일뿐이었다면, 엔터프라이즈부문은 'B2B를 위한 또 하나의 회사', KT의 B2B 전체를 맡도록 책임·권한이 더 강화된 부서로 바뀌었다. 사업의 초점도 통신에서 DX와 파트너십 전략을 강화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B2C 영역에 있던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등 사업 조직이 여기로 넘어오면서 규모도 더 커졌다."

Q. 다른 통신사들도 B2B를 강조하는 추세다.

"다른 통신사를 경쟁사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통신중심 B2B를 한다. KT가 B2B 사업으로 진작 LG(유플러스)나 SK(텔레콤)를 한참 앞섰다. 엔터프라이즈부문 작년 매출이 4조원쯤 된다. 규모만으로는 LG CNS보다 크다. 우리는 B2B로 이런 IT서비스 기업의 영역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길 원한다. 특히 KT는 과거 주로 '우리가 다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구현모) 대표님이나 저나 생각이 바뀌었다. 글로벌회사부터 벤처까지,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KT것만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하는 것을 제공하는 체계도 만들고 있다."

Q. 왜 B2B 시장 중에서도 DX 수요에 주목하나.

"작년 코로나 사태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대조해 보면 거의 비슷했다. 기업들이 사업 발주나 투자를 꺼리고, 비중이 컸던 대면영업 등 활동이 줄면서 B2B 사업이 약해진 부분이 있는데, 동시에 코로나 때문에 DX 수요는 더 커졌다. 보험업계를 예로 들면 보험설계사는 사람을 못 만나 비대면영업을 해야 하고 고객 응대에 AI콜센터같은 것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기업들이 코로나가 일상화됐다고 판단해 투자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다만 그게 전통적인 분야에서 DX로 옮겨졌다. 그래서 우리도 DX에 집중한다."

Q. 기존 핵심 고객군과 주 사업의 구성을 알고 싶다.

"규모에 따라 크게 셋으로 나눈다. 하나는 주로 공공·금융기관과 대기업을 포함하는 대형고객 분야다. 그리고 중견기업, 작은 중소규모 법인 고객 분야가 있다. 중소기업 고객 수가 많아서 전체 고객 수는 60만곳 정도가 된다. 기존 사업 가운데 IT와 DX 관련 비중이 65% 정도 되고, 통신서비스가 나머지를 35%를 차지한다. 지금 우리의 서비스는 통신뿐아니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AI 등 다양한 기술과 연결된다."

Q. 기업의 DX 추진에서 핵심은 무엇인가.

"KT에 와서 6년간 최고정보책임자(CIO)·최고디지털책임자(CDO) 역할을 겸해 조직 내부의 DX를 맡았다. DX의 의미와 어려움을 어느정도 안다고 얘기할 수 있다. DX는 무슨 솔루션·IT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나 AI·빅데이터·클라우드같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걸 통해 가치를 더하는 것이 핵심이다. 비즈니스모델(BM)이나 일하는 방식·프로세스를 바꿔서 고객 수를 늘렸다든지, 응대소요시간을 단축했다든지, 비용을 절감했다든지, 매출과 이익을 늘렸다든지, 신사업을 일으켰다든지, 그런 변화가 있어야 한다."

Q. 그런 DX를 돕는 KT만의 고유 역량은 무엇인가.

"기본정신이자 업무방식으로 고객중심·애자일, 두 가지를 강조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되, 그걸 위해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여러 기술을 조합해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역할 면에서 KT가 다른 기업들보다 장점이 있다. KT는 자체 통신(인프라)도 있고, AI, IoT,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조합할 수 있는 다양한 툴을 갖고 있다. 이런 회사가 드물다. 이걸 잘 엮어 고객사에 타사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드릴 수 있다. 이런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올해 추진하는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이 많은 툴을 잘 엮지 못했던 게 그간의 약점이었다."

Q. 여러 툴을 잘 엮지 못하면 어떤 일이 생기나.

"클라우드하는 사람은 클라우드만, 통신하는 사람은 통신만, 에너지담당은 에너지만, 이렇게 자기 것만 팔려고 한다. 영업담당자 서너명이 한 고객한테 가서 각자 자기 얘기만 한다. 고객은 이러면 당혹스러워한다. 이러면 안 된다. 고객이 원하는 걸 찾아 우리가 그림을 그린 다음, 우리 것 중에 거기에 필요한 요소를 찾아 연결하는 방식으로, 고객 중심 접근을 취해야 한다. 우리도 그렇게 바뀌려고 한다. 보험, 증권, 리테일 등에 정통한 '섹터(sector) 전문가' 제도를 만들어서 그 분야 고객에 필요한 DX를 위해 우리가 가진 것을 엮는 역할을 맡게 했다. 기존 BM의 요소를 묶어서 고객에 제공하도록 했다."

Q. IT·디지털기업들의 접근법과 비슷해 보인다.

"KT는 기성 SI업체나 카카오같은 태생적 디지털기업과는 좀 다르다. SI업체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이라든지 애플리케이션 개발 중심의 DX를 한다. 우리는 통신을 기반으로 AI와 클라우드를 엮어 'AI콜센터'와 같은 것을 제공하는 좀더 포괄적인 방식이다. 또 KT는 디지털과 전통적인 사업 영역이 혼재된 상태로 DX를 직접 경험했다. 그래서 금융이나 제조같은 전통적인 회사가 DX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어떤 장애물을 맞딱뜨리는지 잘 안다. 네이버·카카오처럼 태생이 디지털인 회사는 오히려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KT는 이런 점에서 전통적 기업을 타사보다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도울 수 있다."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Q. AI콜센터로 어떤 가치를 실현했나.

"KT는 1만석 가량의 국내 최대 규모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후 이동이 줄면서 소비자들의 콜센터 이용량이 급증했다. 우리는 AI콜센터를 통해 비용절감과 고객가치 제공을 동시에 실현했다. 'AI어시스트' 기술로 상담원들이 시간을 많이 썼던 본인인증 단계를 소비자의 목소리만으로 인증할 수 있게 했고, 음성 상담내용을 실시간기록·텍스트변환·자동요약을 도입했다. 소비자가 반복 설명하는 번거로움이나 상담원이 녹취를 확인하는 불편을 확 줄이고 상담대기시간 단축, 상담효율 30% 이상 개선 효과를 봤다."

Q. 대표 DX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 달라.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분야 다수 고객을 확보한 AI콜센터가 주요 사례다. 공공부문 사례로 광고로 제작되기도 한 지능형교통(C-ITS) 분야 사업도 있다. 제주도에서 통신, IoT, 데이터분석, 관제 기술로 차량과 차량, 차량과 도로를 연결해 재해나 사고 등 비상상황에 교통신호를 제어할 수 있는 '디지털도로'를 만든 사례로, KT가 국민기업으로서 국가와 국민의 삶에 기여하는 역할에도 중점을 둔 디지털뉴딜 관련 사업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군의 작전 환경에 IoT, 드론, GPS 등을 활용해 무기 손실여부나 병력 전개 위치 등을 추적할 수 있게 만든 국방분야 DX 시범사업도 맡았다."

Q. KT가 'AI원팀', '클라우드원팀'같은 외부 협력을 확대하는 이유는.

"AI원팀은 KT가 앞서 있는 AI분야 연구 정보와 경험을 상호 공유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다. KT가 참여사의 문제 해결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인력양성을 지원할 수 있다. 클라우드원팀은 이와 좀 다르게 KT 클라우드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에 주된 목적이 있다. 인프라(IaaS)가 아니라 플랫폼(PaaS)과 소프트웨어(SaaS)가 들어오는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최근 AR·VR관련 협회장이 됐는데,이 분야를 포함해 우리가 사업영역별 다양한 '원팀'을 만들려고 한다."

Q. 올해 엔터프라이즈부문 운영 주안점은.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파악하고 보유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제공하려고 한다. 수주 성공률을 높기 위해 우리가 경쟁우위에 있거나 경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DX영역에서 차별화하는 데 집중한다.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주 사업 중심에서 플랫폼 사업으로 체질을 바꿔 지속적인 매출을 일으킬 수 있게 준비해 나가겠다. 조직규모에 걸맞게 고객 마케팅·제안·컨설팅·수행 방식을 체계화하고자 한다. 고객 발전을 돕는 방향으로 변화해나가고 있다. 이를 함축한 '고객 중심', '규모있는 성장', '구조적 변화', 세 가지를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다들 힘들텐데 잘 해주고 있다."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신수정 부사장은 어떤 사람?

신수정 KT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기계설계학 학사·석사, 전산설계학 박사 과정을 졸업한 정보보안·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문가다. 2016~2018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법령평가 전문위원회 위원 활동을 했고 2017년말 KT IT기획실장 겸 CIO로 합류해 작년 한 해 동안 KT IT부문장을 맡으면서 그간 그룹 내부의 탈통신·DX전략을 이끌었다. KT 기업사업부문에서 확대 개편된 B2B 조직 엔터프라이즈부문장을 맡으면서 KT의 B2B 사업, 대외 DX 사업을 지휘하게 됐다. 지난달 공공안전통신협회장,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