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쿼드 참여' 압박, 수면위 떠오르나...美 2일 안보실장 회담서 강하게 요구

2021-04-11 09:50
日요미우리 신문, 서울 특파원 통해 회담 소식통 인용해 보도
韓 '북미회담 조기 재개·문재인-바이든 대면회담 개최'도 제의

미국이 우리나라에 '반(反)중 전선' 참여를 놓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그간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군사 협의체인 쿼드(Quad)에 우리나라를 초대하려 한다는 의중은 관측돼왔지만, 구체적인 참여 압박 정황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부터),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미국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국가안보실장 3자회의에서 함께 걸어가며 대화하고 있다.[사진=외교부·연합뉴스]


1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일(미국 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쿼드 가입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는 미국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설리번 보좌관의 주재로 서훈 실장과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참석한 한미일 국가안보실장 회의가 열렸던 날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자, 미국이 한국과 일본 측에 긴급하게 이를 제의했다.

신문의 서울 특파원은 회담 소식통을 인용해 당시의 정황과 주요 발언들을 구체적으로 전하면서, 한국이 '중국 포위망'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일에 소극적인 태도를 비쳤다고 지적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쿼드 가입 요구에 대해 서 실장은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우리(한국)의 입장도 이해해달라"면서 "특정 국가를 견제하는 배타적인 지역 구조를 구축하면 안 된다는 것이 우리(한국) 측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서 실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조기 재개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설리번 보좌관은 "이제 미국은 과거 전 정권(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처럼 무분별한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양측은 대북 유화 노선과 북한 인권 문제를 놓고도 입장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 측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문제 삼았지만, 우리 측은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경우 남북 대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견해를 전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서 실장의 당시 방미 목표 중 하나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면 정상회담 일정 확정이었지만, 설리번 보좌관 측은 "검토하겠다"고 짤막하게 답변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다음 날(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중국 푸젠성 샤면에서 회담했던 점을 지적하며 "미국과 중국이 각각 한국에 대해 이해관계를 도모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 다섯번째 부터),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미국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3자회의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외교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