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두고 정정요구 연이은 에이치피오··· 고평가 논란에 흥행 물음표

2021-04-08 06:00
4월 상장 예정이었으나 정정신고서 제출 이어지며 일정 늦춰져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일부 기업만 포함··· 업계선 고평가 지적

에이치피오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덴프스(Denps) 주요 제품 이미지 [사진=에이치피오]


건강기능식품 기업 에이치피오의 상장을 앞두고 공모주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모가 희망 범위 산정을 위한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 과정에서 지나친 고평가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두번 연속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은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이치피오는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총 공모 주식은 398만7632주로, 신주 발행 299만724주와 구주 매출 99만6908주로 공모가 이뤄진다. 당초 에이치피오는 4월 상장을 예정했으나 금융감독원이 두 차례 정정신고서를 요구하며 일정이 늦춰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정요구가 무리한 밸류에이션 산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관사인 대신증권 측은 에이치피오의 기업가치 산출을 위해 유사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이용한 상대가치 평가방법을 활용했다. 문제는 PER 배수를 산출하기 위한 유사 기업으로 현재 시장에 상장된 대표적인 건기식 기업들은 제외하고 2개 기업만을 선정했다는 점이다.

선정된 기업들은 코스맥스비티아이, 쎌바이오텍이다.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경우 2019년, 2020년 온기 기준 연결 재무제표 상 손실이 139억원, 172억원을 기록했다. PER는 주당순이익(EPS)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버는 이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가가 높다면 마찬가지로 상승하게 된다. 주관사 측이 산출한 코스맥스비티아이의 PER은 33.83배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에이치피오의 기업가치 산정에도 평균 PER인 31.89배가 적용됐다.

 



 

선정과정에서 제외된 노바렉스, 에이치엘사이언스 등은 현재 주가 기준 PER 14배, 11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노바렉스의 경우 최근 2년 간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병 등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그러나 당시 합병은 노바렉스 측이 100% 출자한 연구개발(R&D) 전문 자회사 노바케이헬스를 본사 연구소에 통합하는 소규모 합병으로, 제외 근거가 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합병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자회사를 본사에 통합했던 것으로,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을 끼쳤던 조치라고 보긴 어렵다"며 "일부 영향을 미쳤더라도 6개월 이상 지났기 때문에 비교 기업에서 노바렉스를 제외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설명했다. 노바케이헬스는 당시 자산총계가 2억4200만원에 불과한 회사였던 만큼 경영상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긴 어렵다.

상대적으로 높은 구주매출 비중도 투심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에이치피오의 구주매출은 지분 88%를 보유한 대주주인 이현용 대표이사의 지분에 한해 이뤄진다. 매출 물량인 99만6908주는 총 공모주식의 25%에 해당한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주식수는 9만3677주로, 공모물량의 2.35%에 해당한다. 통상 대주주 지분이 높을 경우에는 구주매출을 통해 상장을 위한 주식분산 요건을 만족시키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한 시장 관계자는 "신주 발행을 통해서도 요건 충족이 가능한 만큼 공모주 투자자들의 투심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