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신경세유표-49] '만우절'을 '정직일'로 바꾸자
2021-04-01 06:00
만우절이 삼일절과 동격이고 현충일보다 상위인가
허구한 날 거짓말 달고 사는데…굳이 만우절이 필요있나
허구한 날 거짓말 달고 사는데…굳이 만우절이 필요있나
◆만우절이 삼일절과 동격이고 현충일보다 상위인가?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인가? 4월 1일 오늘은 또 만우절이다.
‘만우절(April Fool’s Day)‘은 중세시대 유럽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이 가장 유력하다. 1년의 시작으로 여겼던 부활절의 날짜를 4월 1일로 선포했지만, 이를 몰랐던 사람들을 놀리거나 골탕먹이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봄철 3~5월 석달의 1일은 각각 삼일절, 만우절, 근로자의 날이다. 그런데 가운데 만우절은 앞의 삼일절과 같은 ‘절’ 동격이고, 뒤의 근로자의 ‘날’보다는 상위인 느낌이다.
◆"일은 반드시 이름을 바르게 한 다음 이루어진다." -정도전
필자는 우선 ‘만우절’의 ‘절(節)’을 초점 삼아 각종 문헌을 살펴보았다.
‘oo절’은 원래 황제국에서 황제와 태후, 태자의 생일에만 쓰는 용어다. 제후국은 탄일 또는 생일을 썼다. 고려제국(Emperor of Corea)의 황제와 태자·태후의 생일을 절일(節日)로 만들어 기념했다.(1)*
왕의 생일을 천춘절(千春節)이라 했으니, 절일(節日)의 명칭은 이로부터 비롯되었다.
-『고려사』 세가 성종 원년(982년) 여름 6월
원 나라에 항복한 고려 25대 충렬왕 때부터 조선왕국의 26대 고종이 대한제국(대외국호: Emperor of Corea)을 선포한 1897년 10월 12일 전까지 역대 임금의 생일은 탄일 또는 생일로 써야만 했다. 고종황제와 순종황제는 절일을 회복했다.
황태자가 황제의 50세 탄신 축하 연회를 열 것을 아뢰다.
황태자가 상소하기를, “ 올해는 바로 우리 아버지 황상 폐하의 보령이 50세에 들어서는 경사스러운 해입니다. 올해의 만수성절(萬壽聖節)은 경사스러운 해의 경사스러운 명절입니다.” 『고종실록』 -1900년 (광무 4년 고종 37년) 6월 19일
참고로 군주국 일본은 일왕의 생일을 ‘천장절’ 등으로, 주체사상을 외치는 북한은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 김정일의 생일을 ‘광명성절’이라고 부른다.
현재 대한민국(대외국호; Republic of Korea) ‘절’을 붙인 기념일은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제헌절, 성탄절 5개 뿐이다. 모두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 날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만우절‘이 주요 공휴일인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성탄절과 격이 같고 여타 공휴일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 현충일, 한글날보다 높은 가치와 의미가 있는 날인가 하는 것이다.
◆허구한 날 거짓말을 달고 사는데 뭔 만우절인가?
만우절’은 언제 어떻게 우리나라에 유포되었나? 19세기말 일본이 ‘April Fool’s Day‘를 ’萬愚節’로 번역한 이유가 한 사람의 거짓말에 만명의 사람이 바보가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만우절은 일제강점기 1920년대 문화통치라는 미명 하에 한국인 우민화 정책 일환으로 유포되기 시작했다.
“만우절(萬愚節)이라는 파리 전시의 데일 에빌론은 어리석은 임금이라는 흉악한 분장을 하고” -『동아일보』 1927년 6월 17일 3면 (한국사상 최초의 ’만우절‘ 단어)
그때부터 해마다 춘사월 초하루 4월 1일이면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로 어김없이 돌아와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과 동격처럼 행세하며 난장을 치고 있다.
트위터 등 일부 SNS에서는 만우절을 사상 최대의 대명절로 취급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와 겹치면서 엄청나게 많은 가짜뉴스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만우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2)*
그러나 무엇보다도 거짓말과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 거짓말을 하기 위한 거짓말 날이라니...
허구한 날 거짓말을 달고 사는데 뭔 만우절인가? 만우절을 단 하루라도 진실만 말하는 '정직일(正直日)'로 바꾸자!
◆◇◆◇◆◇◆◇각주
(1)*성종 천춘절(千春節) 천추절(千秋節), 목종 장령절(長寧節), 덕종 인수절(仁壽節) 응천절(應天節), 정종 장령절(長齡節)
문종 성평절(成平節) 태자 장흥절(長興節), 선종 천원절(天元節), 숙종 대원절(大元節), 태자 창녕절(昌寧節), 예종 함녕절(咸寧節) 태자 영정절(永貞節), 명의태후 지원절(至元節), 인종 안정절(安貞節) 경용절(慶龍節), 의종 하청절(河淸節), 공예태후] 곤녕절(坤寧節, 명종 건흥절(乾興節), 태자 천희절(天禧節), 신종 함성절(咸成節), 희종 수기절(壽祺節) 수성절(壽成節), 강종 광천절(光天節), 고종 경운절(慶雲節), 원종 함녕절(咸寧節), 태자 수원절(壽元節)
(2)*영국은 만우절의 장난을 4월 1일 오전에만 허용하고 있다. 오후까지 장난을 치면 ‘4월의 바보’로 간주된다. Office, Great Britain: Home (2017). Life in the United Kingdom: a guide for new residents. Stationery Office.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인가? 4월 1일 오늘은 또 만우절이다.
‘만우절(April Fool’s Day)‘은 중세시대 유럽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이 가장 유력하다. 1년의 시작으로 여겼던 부활절의 날짜를 4월 1일로 선포했지만, 이를 몰랐던 사람들을 놀리거나 골탕먹이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봄철 3~5월 석달의 1일은 각각 삼일절, 만우절, 근로자의 날이다. 그런데 가운데 만우절은 앞의 삼일절과 같은 ‘절’ 동격이고, 뒤의 근로자의 ‘날’보다는 상위인 느낌이다.
◆"일은 반드시 이름을 바르게 한 다음 이루어진다." -정도전
필자는 우선 ‘만우절’의 ‘절(節)’을 초점 삼아 각종 문헌을 살펴보았다.
‘oo절’은 원래 황제국에서 황제와 태후, 태자의 생일에만 쓰는 용어다. 제후국은 탄일 또는 생일을 썼다. 고려제국(Emperor of Corea)의 황제와 태자·태후의 생일을 절일(節日)로 만들어 기념했다.(1)*
왕의 생일을 천춘절(千春節)이라 했으니, 절일(節日)의 명칭은 이로부터 비롯되었다.
-『고려사』 세가 성종 원년(982년) 여름 6월
원 나라에 항복한 고려 25대 충렬왕 때부터 조선왕국의 26대 고종이 대한제국(대외국호: Emperor of Corea)을 선포한 1897년 10월 12일 전까지 역대 임금의 생일은 탄일 또는 생일로 써야만 했다. 고종황제와 순종황제는 절일을 회복했다.
황태자가 황제의 50세 탄신 축하 연회를 열 것을 아뢰다.
황태자가 상소하기를, “ 올해는 바로 우리 아버지 황상 폐하의 보령이 50세에 들어서는 경사스러운 해입니다. 올해의 만수성절(萬壽聖節)은 경사스러운 해의 경사스러운 명절입니다.” 『고종실록』 -1900년 (광무 4년 고종 37년) 6월 19일
참고로 군주국 일본은 일왕의 생일을 ‘천장절’ 등으로, 주체사상을 외치는 북한은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 김정일의 생일을 ‘광명성절’이라고 부른다.
현재 대한민국(대외국호; Republic of Korea) ‘절’을 붙인 기념일은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제헌절, 성탄절 5개 뿐이다. 모두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 날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만우절‘이 주요 공휴일인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성탄절과 격이 같고 여타 공휴일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 현충일, 한글날보다 높은 가치와 의미가 있는 날인가 하는 것이다.
◆허구한 날 거짓말을 달고 사는데 뭔 만우절인가?
만우절’은 언제 어떻게 우리나라에 유포되었나? 19세기말 일본이 ‘April Fool’s Day‘를 ’萬愚節’로 번역한 이유가 한 사람의 거짓말에 만명의 사람이 바보가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만우절은 일제강점기 1920년대 문화통치라는 미명 하에 한국인 우민화 정책 일환으로 유포되기 시작했다.
“만우절(萬愚節)이라는 파리 전시의 데일 에빌론은 어리석은 임금이라는 흉악한 분장을 하고” -『동아일보』 1927년 6월 17일 3면 (한국사상 최초의 ’만우절‘ 단어)
그때부터 해마다 춘사월 초하루 4월 1일이면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로 어김없이 돌아와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과 동격처럼 행세하며 난장을 치고 있다.
트위터 등 일부 SNS에서는 만우절을 사상 최대의 대명절로 취급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와 겹치면서 엄청나게 많은 가짜뉴스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만우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2)*
그러나 무엇보다도 거짓말과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 거짓말을 하기 위한 거짓말 날이라니...
허구한 날 거짓말을 달고 사는데 뭔 만우절인가? 만우절을 단 하루라도 진실만 말하는 '정직일(正直日)'로 바꾸자!
◆◇◆◇◆◇◆◇각주
(1)*성종 천춘절(千春節) 천추절(千秋節), 목종 장령절(長寧節), 덕종 인수절(仁壽節) 응천절(應天節), 정종 장령절(長齡節)
문종 성평절(成平節) 태자 장흥절(長興節), 선종 천원절(天元節), 숙종 대원절(大元節), 태자 창녕절(昌寧節), 예종 함녕절(咸寧節) 태자 영정절(永貞節), 명의태후 지원절(至元節), 인종 안정절(安貞節) 경용절(慶龍節), 의종 하청절(河淸節), 공예태후] 곤녕절(坤寧節, 명종 건흥절(乾興節), 태자 천희절(天禧節), 신종 함성절(咸成節), 희종 수기절(壽祺節) 수성절(壽成節), 강종 광천절(光天節), 고종 경운절(慶雲節), 원종 함녕절(咸寧節), 태자 수원절(壽元節)
(2)*영국은 만우절의 장난을 4월 1일 오전에만 허용하고 있다. 오후까지 장난을 치면 ‘4월의 바보’로 간주된다. Office, Great Britain: Home (2017). Life in the United Kingdom: a guide for new residents. Stationery Off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