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신경세유표-47] 부패 법조인의 저승사자, 우크라이나 반부패고등법원

2021-03-09 07:00
중수청의 롤모델은 영국의 국가범죄수사청
부패한 법원의 인질로 전락···우크라이나 공수처와 기소청
세계 최초의 우크라이나 반부패고등법원
부패 법조인과 고위공직자의 '진짜 저승사자'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중수청의 롤모델은 영국의 국가범죄수사청

윤석열 검찰총장이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설치가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심각한 훼손이라며 4일 전격 사퇴했다.

중수청이란 무엇인가? 검찰이 담당하는 6대 범죄(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 등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별도의 기관으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수청 설립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해 기소와 공소유지만 하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뤄지는 것이다.

중수청의 신설은 영국의 사법제도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경찰은 일반 형사범죄를, 국가범죄수사청(NCA ·National Crime Agency, 2013년 설립)은 마약범죄와 조직범죄 등 광역 중대 범죄를 수사한다. 이 2개의 기관은 수사만을 담당한다.

기소는 법무장관 산하의 별도 기관인 기소청(CPS·Crown Prosecution Serice, 1985년 설립)이 전담하고 있다. 

영국의 '제1 공수처'격인 중대비리처(SFO·Serious Fraud Office, 1988년 설립)는 뇌물죄 등 부패사건을 수사 기소하고 제2공수처격인 검찰감찰처(CPSI·Crown Prosecution Service Inspectorate)는 기소청의 부당기소를 비롯 여타 부패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와 법관 등 법조인과 고위공직자의 중대부패범죄를 중수청이 수사하고 기소처나 공수처가 기소해 법원에 심판을 청구해보았자 법원이 무죄선고해버리면 '말짱 도루묵'일 경우 어쩌면 좋을까?

이에 필자는 국내 최초로 우크라이나의 반부패고등법원(2019년 설립)을 소개해 우리나라도 이 제도의 취사장단을 파악, 창조적 도입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부패한 법원의 인질로 전락···우크라이나 공수처와 기소청

(왼쪽)우크라이나 공수처 국가부패방지국(NABU)로고. (오른쪽)우크라이나 반부패 기소청 SAPO로고[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유럽 국가중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영토 대국인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을 되찾은 이래 만연한 부패에 시달렸다. 2014년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는 반부패전담수사국인 국가부패방지국(National Anti-Corruption Bureau, NABU)과 NABU 수사 사건의 기소를 전담하는 특별 반부패기소청(Specialized Anti-Corruption Prosecutor's Office, SAPO)을 설립했다.

NABU와 SAPO의 설립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연맹(EU) 사이의 비자 제한 완화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EU가 요구한 전제조건이었다.

NABU는 부패공직자와 재산가에 대한 수사권과 조사권, 무영장 압수수색권, 계좌추적권, 총기사용권 긴급체포권 등 뿐만 아니라 SAPO를 통한 기소권을 보유한 막강한 '슈퍼공수처'로 출범했다. NABU의 정원은 700명으로 그중 수사요원은 미국 FBI에 파견 전지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NABU가 수사하고 SAPO가 기소하여 유죄 판결을 받아낸 고위 부패공무원은 거의 없다. 키에프 부시장과 전국가안보 및 국방위원회 부차관과 그의 아들을 부패혐의로 체포, 법원에 기소하였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법원은 NABU와 SAPO가 수사 기소한 사건을 처리하는 데 전혀 적극적이지 않았다.광활한 우크라이나 전국에 산재한 각지 법원들은 2015~2018년 4년간 기소된 수많은 부패 사건중 33건만 재판을 열어 28건은 무죄를, 5건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5건의 집행유예 판결마저 항소 법원은 무죄로 판결했다. 오히려 기득세력은 NABU와 SAPO의 요원과 검사에게 무고죄나 뇌물죄로 법원에 고소하여 유죄 판결을 받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공수처와 기소청은 부패한 법원에 인질이 됐다.

◆세계 최초의 우크라이나 반부패고등법원

(왼쪽)우크라이나 반부패고등법원 HACC벽에 걸린 간판.(오른쪽)국제투명성기구 우크라이나 지부, 반부패고등법원의 설립을 환영한다고 쓰여져있다.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미국과 EU, IMF, 국제투명성기구(TI)등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에 반부패 특별법원설립을 강력히 요구했다. 특히 미국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의 트위터를 통해서까지 우크라이나에 반부패 법원의 창설을 가속화 할 것을 촉구했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사법부를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사회의 요청을 환영하며 반부패 법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1)*

우크라이나 의회는 2017년 12월 반부패고등법원 설립 법안 초안을 심사한 후 2018년 6 월 7일 수정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2019년 4월 11일 세계 최초의 반부패 전담 법원인 반부패 고등법원(High Anti-Corruption Court, HACC)이 출범했다.

우크라이나의 모든 부패 재판은 반부패고등법원에 관할하게 되었으며 이의 항소는 반부패고등법원내 별도의 항소심에서 재판한다.

39명의 반부패고법 판사(원심 판사 27명, 항소심 판사 12명)가 공개경쟁채용방식을 통하여 임명됐다.

반부패고법 판사의 자격요건 중 1건 이상의 요건에 해당하는 자가 지원할 수 있다.
∙ 5년 이상 판사 재직 경력자 ∙법학사 학위소지자로서 법률 분야의 7년 이상 연구경력자
∙ 7년 이상 변호사 경력자 ∙상기경력기간 합 7년이상 경력자

◆부패 법조인과 고위공직자의 '진짜 저승사자'

우크라이나 HACC는 2019년 9월 12일 거액의 부패를 저지르고 오스트리아로 망명한 전직 대법관 빅토르 타트코프 야누코비치에 대한 궐석재판을 개정했다.

HACC는 야누코비치 대법관이 범죄 조직을 방조하고, 사법기관의 활동을 방해하고, 자동화된 법원 문서 관리 시스템의 작업을 불법적으로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뇌물을 수수하고 돈세탁을 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범죄인 야누코비치 전대법관의 우크라이나 인도를 명령했다.

HACC는 2019년 10월 30일 첫 판결을 내렸다. 피고는 나디야 포션샤라는 이름의 현직 고등법원 판사로, 그는 NABU와 SAPO에 의해 2015년 소득세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등 고의적 탈세혐의로 기소됐다. 그날 HACC는 피고 나디야 고법 판사에게 우크라이나 형법 제366조 1항에 따라 5만1000그리브나(약 2000달러)벌금형을 부과하는 동시에 1년간 공직(선출직 공무원 제외)을 가질 권리를 박탈했다.

2020년 6월 15일 HACC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시 시의회 간부의 5000달러 뇌물공여죄를 인정 징역 6년과 재산몰수형을 병과했다.

우크라이나 HACC는 출범 1년간 16건의 재판을 진행하여 15건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6건은 실제 징역형에다가 벌금과 몰수가 병과된 중형이 선고되고 집행유예 판결은 단 3건뿐이다.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는 현직 고등법원 판사, 전 에너지 및 연료장관, 현직 키에프시 시의회 간부의원, 오뎃사시 전시장, 국영기업 투르카노프사 회장 등 우크라이나 고위 법조계, 정·관·재계 인사들이다.

이러한 우크라이나 반부패고등법원의 괄목할만한 실적은 고위층에겐 솜방망이 서민층에겐 쇠방망이 판결을 일삼은 우크라이나 일반 법원의 그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슬로바키아의 반부패특별법원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에도 반부패 특별법원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크라이나의 HACC처럼 고등법원이 아닌 일반 기층법원의 특별법원 형태로 실제 부패방지 제도장치로서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슬로바키아의 특별형사재판소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발휘하고 있다.

2003년 슬로바키아의 는 부패 및 조직범죄 사건을 위한 특별형사재판소(SCC)로 이름을 변경한 특별법원을 설립했다.

SCC는 범죄 네트워크와 지역 부패 지배층에 의한 일반 하급 법원의 지배에 대한 대응이었다.

SCC 판사에 대한 높은 보상으로 인해 사법기관으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2009년 슬로바키아 대법원은 SCC가 위헌이라고 판결했으나 슬로바키아 의회는 재수립된 새로운 법률을 제정 신속히 대응했다.

이러한 정치적 및 헌법적 도전에서 살아남은 SCC는 조직범죄와 지역수준의 부패 사건을 다루는 데 효과적이었으나 국가 엘리트를 포함한 고위급 부패에 대한 유죄 판결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슬로바키아 시민들은 SCC 자체가 아닌 부패고위공직자들에 기소를 게을리하는 검찰에 대해 비난을 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SCC의 가장 중요한 실패 원인은 고위공직자 범죄의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공수처가 없기 때문이다.(2)* 


◆◇◆◇◆◇◆◇각주

(1)*우크라이나 프라우다 뉴스 https://pravda.com.ua/news/2017/03/6/7137333
/US Embassy Kyiv (@USEmbassyKyiv) 2017년 3월 6일

(2)*Specialised anti-corruption courts : Slovakia Background and key features -Matthew Stephenson 하바드대 법학교수 2016논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