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도입 여부를 놓고 국회가 공청회까지 열게 된 데엔 복잡다단한 이해관계, 자본시장에 대한 의견충돌이 맞물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정의당 등은 복수의결권 도입 때 재벌 세습 강화, 주주권리 침해, 벤처투자 위축 등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측은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 두나무까지 해외증시를 고려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스타트업 창업주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여당은 주당 의결권에 한도를 두는 등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고, 야당은 한도를 두면 법 개정 취지가 흐려진다며 맞섰다.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복수의결권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고루 듣고 법안을 다듬겠다는 취지로 공청회 개최를 예고했다. 현재 국회에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이달 말 예정된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시민단체 측은 투자 매력이 높은 기업이라면 복수의결권이 없어도 얼마든지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경실련 재벌개혁본부장)는 "벤처캐피털(VC)이 (의결권을 더 달라는) 창업주의 요구를 수용하는 이유는 요구를 들어주더라도 투자할 만하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이라며 "투자자와 협상을 통해 의결권을 지켜낼 능력이 되는 기업에는 복수의결권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을 통해서 VC를 설득할 수 없는 벤처가 복수의결권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며 "VC는 애초에 그런 기업에는 투자 제의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복수의결권이 무의미할 뿐 아니라 재벌 세습이라는 구악까지 답습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정부·여당은) 복수의결권 주식을 10년 후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안전장치'를 둔다지만, 10년 뒤 새로운 벤처를 만들어 인수·합병(M&A)해 버리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측은 부작용을 해소할 방안으로 보통주 전환 외 다수 제약을 뒀다고 반박한다. 지난해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실력 있는 작은 기업들이 빛도 보지 못하고 재벌에 예속되는 것이 옳으냐"며 "'주당 10개 의결권'이면 미국 등에 비해 굉장히 적다. 복수의결권 발행도 주주들 동의 하에 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측은 '주주 동의'라는 전제가 있다면 의결권에 제한을 둘 필요가 크지 않다며, 보다 전향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 의원과 마찬가지로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남용 우려를 고려, 주주 전체가 동의해야만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 것 아니냐"며 "주당 의결권을 제한하면 자본금이 적은 기업은 의결권을 방어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단체 측 의견도 여러 차례 반박했다. 이 의원은 "정치적 프레임을 가지고 경제 시스템을 바라보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벤처들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야 주가도 오른다. 복수의결권 도입이 투자자들의 이익을 줄인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