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마감] 수에즈운하 복구·마진콜 손실 방어 성공?…다우 0.03%↑

2021-03-30 06:40
블록딜 사태 속 은행주 하락…혼조 마감
S&P500 0.09%↓, 나스닥도 0.60% 하락
수에즈 운하 마비 사태, 일주일만에 복구
유럽증시, 수에즈 운하 재개에 英제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혼조 마감했다. 헤지펀드 아케고스 캐피털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여파로 은행주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이집트 수에즈 운하 통항 재개 소식이 시장에 영향을 줬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8.49포인트(0.30%) 상승한 3만3171.37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다. 다우지수는 올해만 17번째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45포인트(0.99%) 하락한 3974.54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79.08포인트(0.60%) 떨어진 1만3059.65를 기록했다.

S&P500지수 11개 섹터별로는 △필수소비재(1.03%) △헬스케어(0.4%) △산업(0.01%) △커뮤니케이션 서비스(1.02%) △유틸리티(1.07%) 등을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현재 시장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수에즈 운하 마비 사태와 아케고스 캐피털 마진콜 이슈에 영향을 받은 △금융과 △에너지 섹터는 각각 0.93%, 1.29%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외 △임의소비재(-0.4%) △공업원료(-0.33%) △부동산(-0.17%) △기술(-0.51%)도 내림세를 나타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시장 투자자들은 지난주의 블록딜(대량매매)에 따른 충격에 주목했다”면서 “뉴욕증시는 마진콜 손실에 대한 우려에 은행주가 약세를 보인 상황에서 등락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변동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캡처]


지난 26일 시장에는 300억 달러(약 33조9750억원) 규모의 블록딜이 등장했다. CNBC 등 주요 외신들은 타이거 매니지먼트 출신 펀드매니저 빌 황의 개인 투자사인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마진콜로 인해 주식을 대규모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은 아케고스 캐피털의 마진콜 매물이 또 등장할 것을 우려했고, 이 여파로 비아콤CBS와 디스커버리 주가는 각각 6.7%, 1.6%가 추락했다. 이 두 회사는 지난 26일에는 각각 27%의 급락세를 기록한 바 있다.

CNBC는 아케고스 블록딜 사태가 금융주에 악재가 됐다고 평가하며 모건스탠리와 JP모건체이스 등이 각각 2.6%, 1.6% 하락세로 장 초반 다우지수를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아케고스 캐피털의 블록딜 사태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금융계에도 영향을 줬다.

크레디스위스(CS)는 전날 “지난주 CS와 다른 은행들의 마진콜 요구에 상당한 규모의 미국 헤지펀드 한 곳이 파산했다”면서 “마진 약속 이행을 위한 펀드 파산 뒤 CS의 상당수 다른 은행들이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의 손실 규모를 추산하기 이르다면서도 이달 말 마감하는 1분기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CS는 이번 손실을 아케고스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CS 소식통에 따르면 CS가 언급한 손실이 아케고스 사태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노무라 홀딩스도 미국에서 현지 고객과의 거래 과정에서 2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노무라의 손실 역시 아케고스의 블록딜과 연관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 CS와 노무라 주식예탁증서(ADR)의 주가는 각각 11.50%, 14.07% 빠졌다.

다만 이번 사태가 금융산업 전반, 시장 전체를 무너뜨릴 악재는 아니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CNBC에 따르면 베스포크 인베스먼트그룹은 “비록 시장이 아케고스의 블록딜로 타격을 입었지만, 이 상황이 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프린스털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시마 샤 수석 전략가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누가 관여됐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광범위한 매도세가 나타났고, 이것이 은행주에 타격을 줬다”면서도 “다만 이런 타격은 (이번 사태에 한정된) 특정 공포이고, 그런 환경에 제한된 특정 변동성”이라고 했다.

이케고스 블록딜 사태의 불확실성이 시장에 공포감을 줬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질 악재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됐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호가 29일(현지시간) 다시 물에 떠 오른 모습. 옆과 뒤로는 예인선이 보인다. 수에즈운하관리청(CSA)은 에버 기븐호의 재부양으로 7일 만에 수에즈 운하 통항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수에즈 운하 사태 일단락, 시선은 OPEC+회의로

국제유가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 마비 사태 진정으로 장중 하락 압력을 받았지만, 장 막판 반등으로 상승 마감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59달러(1.0%) 오른 배럴당 61.56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북해 브렌트유도 0.48달러(0.74%) 뛴 배럴당 65.05달러로 집계됐다.

CNBC는 “원유 시장 참여자들은 수에즈 운하 사태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회의로 눈길을 돌렸다”면서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OPEC 회의를 앞두고 러시아가 OPEC+의 안정적인 석유 생산을 지원한다는 전망이 나왔다고 전했다.

미국 시카고의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Phil Flynn) 선임 분석가는 “시장은 수에즈 운하에서 시선을 떼고, OPEC+회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는 OPEC+와 5월에 광범위하고, 안정적인 석유 생산을 지원하고, 계절적 수요를 맞추고자 상대적으로 적은 생산량 인상을 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OPEC+가 오는 4월 1일 회의에서 지난 회의와 비슷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제 금값은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9.80달러(1.14%) 하락한 온스당 1712.50달러에 마감했다.

유럽 주식시장은 수에즈 운하 통항 재개 소식에 주목하며 대부분 상승했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CSA)은 이날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완전히 부양하는 데 성공했다며 운하 통항을 즉시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3일 에버기븐호의 좌초로 운하 통항이 중단된 지 일주일 만이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5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19포인트(0.42%) 오른 3882.87로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지수는 68.78포인트(0.47%) 뛴 1만4817.72로,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26.70포인트(0.45%) 상승한 6015.51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는 전일 대비 4.42포인트(0.07%) 빠진 6736.17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