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장서 면 말고도 ‘비스코스’ 생산.. 글로벌 섬유 공급 차질 우려

2021-03-29 14:35
SCMP "비스코스 현재 신장서 대량 생산돼 다수 국가에 판매"
中정부, 신장 위구르족 탄압 의혹 지역서 비스코스 산업에 인력 투입 강요
면·비스코스 동시 제재할 경우 글로벌 의류 업계 공급망 차질 불가피

지난 2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신장 위구르족 탄압 금지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과 영국 등 서양 국가들과 글로벌 의류 브랜드들이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되는 면화 구매를 중단한 가운데, 신장에서 면 외에 비스코스 레이온이란 의류 소재도 강제 노동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비스코스 공장도 강제노동 가능성 높아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위구르족 강제 노역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에서 비스코스가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비스코스는 실크와 비슷한 부드러운 섬유로, 폴리에스테르와 면 다음으로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의류 원단이다.

SCMP는 중국 정부 문서와 세관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신장을 비스코스 주요 생산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미 수십 개 국가에 비스코스를 수출하는 걸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신장의 비스코스 산업에 투입되는 인력을 30만명까지 늘리고 2020년까지는 이를 두배로 늘릴 것을 촉구했으며, 공장들은 정부 보조금을 사용해 위구르인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더 많은 근로자를 고용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비스코스 제조 공장들이 위구르족 강제 수용소로 의심되는 장소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스코스가 강제 노동을 통해 생산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위구르족 강제 노역 의혹을 제기하며 신장산(産) 면 구매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비스코스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미국, 유럽 등 서방국은 중국 정부가 신장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 주민들을 수용소에 입소시켜 강제노역에 투입하는 등 광범위한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의류브랜드인 나이키와 H&M 등이 중국 최대 기업 중 하나인 국영기업 신장생산건설병단(疆生産建設兵團·XPCC)이 생산하는 면과 면 제품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 면 생산량의 3분의1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XPCC는 변경 수비 임무를 맡으면서 정치, 군사, 생산을 일체화시킨 독특한 형태의 준군사기구다.

그런데 비스코스를 생산하고 있는 제조 공장 역시 XPCC가 소유한 땅에 위치하고 있다는 게 SCMP의 지적이다.
 
비스코스도 제재 대상 오르면 세계 의류 업계 공급 타격
SCMP는 아직까지는 신장산 제품 규제 타깃이 면 관련 제품으로 국한됐지만, 만약 이 범위가 비스코스까지 확대된다면 글로벌 의류업계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신장은 세계 비스코스 생산 규모의 중 약 10~1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리서치업체 오일켐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전 세계 비스코스의 약 3분 2가 생산되고 있고, 이 중 신장 최대 비스코스 생산 기업인 중타이화학이 약 2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신장의 면 생산량도 어마어마하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 면직물 수출국으로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는다. 중국산 면직물 가운데 85%가 신장산이다. 중국산 면류 제품은 거의 다 신장산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신장의 면과 비스코스가 동시에 글로벌 시장의 규제를 받는다면 세계 의류업계 공급망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SCMP는 전망했다.

델라웨어대학의 의류학과 루 쳉 부교수는 “미국 패션 회사들은 강제노동 문제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며 “신장산 비스코스의 신규 주문이 지금 당장 제재를 받는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 범위 확대가 임박했음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