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삼매경] 폭스바겐 선택 ‘호재’...삼성SDI, 유럽 라인 2배 증설
2021-03-25 07:59
폭스바겐그룹이 향후 전기차 배터리로 각형을 주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배터리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내 배터리 빅3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중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회사는 삼성SDI 하나로 중장기적 수혜가 예상된다.
물론 폭스바겐의 이번 결정은 중국 전기차 시장을 의식해 배터리 무게추를 중국 CATL로 옮기는 한편 자체 투자 배터리사 비중을 높여나가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삼성SDI는 이번 폭스바겐의 결정이 향후 성장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폭스바겐의 2~3년 후 발생하는 수주에서 파우치형을 주로 공급했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보다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이 이번 파워데이에서 밝힌 계획으로 인해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의 기회가 커질 것”이라며 “현재 중대형 각형 배터리를 만드는 업체는 삼성SDI, CATL, BYD, 파나소닉”이라고 설명했다.
박세혁 SNE리서치 연구원도 “세계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플랫폼 중 가장 표준으로 평가받는 폭스바겐의 MEB프로젝트가 각형을 선택한 만큼 각형 배터리 제조사의 중장기적 수혜가 전망된다”며 삼성SDI의 성장성을 주목했다.
폭스바겐이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인 전고체 배터리에도 각형이 가장 적합한 폼팩터(형태)라고 설명한 점도 삼성SDI의 향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폭스바겐은 미국 퀀텀스케이프와 전고체 배터리를 공동 개발 중이다. 퀀텀스케이프는 2022년까지 연구개발을 완료하고, 2024년 양산 검증을 목표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해 이미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SDI는 현재 자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일본연구소 등과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상용화 목표는 오는 2027년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작년 3월 한 번 충전에 주행거리 800㎞가 가능하고, 1000회 이상 충전과 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삼성SDI가 각형 배터리뿐만 아니라 원통형 배터리 제조능력도 뛰어나다는 점도 향후 전기차 배터리 수주 전망을 밝게 한다.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가 주로 사용하는 형태의 배터리다.
이런 가운데 삼성SDI가 올해 안에 헝가리 공장의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생산 라인을 두 배로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기존 헝가리공장을 증설하는 2공장 착공에도 나선다. 총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가 헝가리 각형 배터리 생산 라인에 대규모 투자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2018년 가동 이후 증설 및 보완 투자는 꾸준히 진행했지만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전례가 없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투자 계획은 폭스바겐·아우디·BMW 전기차 생산 물량에 적기 대응하고, 중국 CATL의 유럽 진출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구체적으로 삼성SDI는 올해 1조원을 투자해 헝가리 괴드 공장의 중대형 각형 배터리 생산 라인 4기를 증설할 예정이다. 증설이 끝나면 괴드 공장 라인은 8기로 늘고, 각형 배터리 생산능력은 기존 30기가와트시(GWh)에서 50GWh까지 확대된다. 50GWh는 연간 100만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에 해당한다.
또한 삼성SDI는 이르면 올 상반기 중 헝가리 2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일련의 시설투자가 모두 완료되면 삼성SDI의 헝가리 각형 배터리 생산능력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유럽 최대 각형 배터리 생산업체로 올라서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생산과 탑재 전략이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의 향후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향후 폭스바겐의 실제 개발과 생산능력을 면밀히 봐야겠지만, 일단은 각형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삼성SDI에 호재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