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분수령, 금소법 시행] 혹해서 가입한 금융상품, 후회되면 철회해도 됩니다

2021-03-24 19:04
단순 변심도 가능...철회기간 상품별로 달라
분쟁조정 준비시 자료열람 요구도 가능해져
상호금융권 제외, 내달 적용 방안 논의키로

[그래픽=아주경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소비자 권리가 생긴다는 점이다.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 '자료열람요구권'이 대표적이다. 금융상품에 가입한 이후에도 일정 기간 안에 계약 해지가 가능하고, 불완전판매 등으로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상품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다. 분쟁조정 등을 위해 준비해야 할 각종 자료도 금융사에 요구할 수 있다.
 
가입 후 최대 15일까지 계약 철회 가능
'청약철회권'은 상품을 청약(계약)한 이후 일정 기간 안에 철회(해지)할 수 있는 권리다. 그동안 보험 등 일부 금융상품에만 사용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특히 상품에 하자가 없고 계약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요소가 없더라도, 단순 '변심'만으로 철회가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은행 지점에서 홍보물이나 직원 권유로 투자상품에 가입한 후 해지하려면 그만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지만, 이제는 '혹' 해서 '적합한' 상품에 가입했더라도 비용 없이 해지가 가능해진 셈이다. 또 대출을 받은 뒤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대출 상품을 발견했다면 청약철회권을 행사하면 된다.

철회 가능 기간은 상품마다 다르다. 금소법은 금융상품을 △투자성 △보장성 △대출성 △예금성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는데, △투자성 상품은 7일 △보험 등 보장성 상품은 15일 △대출성 상품은 14일까지 철회할 수 있다. 다만 투자성 상품은 손실 위험도가 높은 '고난도 펀드', '고난도 투자일임계약' 등 일부 상품에만 계약 철회가 가능하다. 여기에 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숙려제도'에 따른 숙려 기간(2일)이 적용돼 최대 9일까지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금성 상품은 청약철회권 이용이 불가능하며,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 상품과 크라우드펀딩 상품에도 사용할 수 없다.
 

[그래픽=아주경제]

불완전판매 당했다면 '위법계약해지권'
'위법계약해지권'이 신설된 점도 금소법의 큰 특징이다. 위법계약해지권은 불완전판매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다. 금융사가 지켜야 하는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 과장광고 금지 등 '6대 판매규제'를 어겼을 경우 위법계약해지권을 사용하면 된다.

계약일로부터 5년 이내 또는 위법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행사 시 계약은 해지 시점부터 무효가 된다. 다만 대출이자, 카드 연회비, 펀드 수수료 등 계약체결 후 해지 시점까지 발생한 초기 비용은 돌려받을 수 없다.

분쟁조정 등을 준비하기에도 수월해진다. 소비자에게 '자료열람요구권'이 부여되면서다. 이 권한은 소비자가 금융사를 상대로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려는 목적으로, 관련 자료 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금융사는 △상품 계약 체결 및 이행 △상품 광고 △내부통제기준 운영 △업무 위탁 △청약 철회 및 위법계약의 해지 등과 관련한 자료를 유지·관리해야 한다. 금융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소비자의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분쟁조정에 나서려는 소비자들은 이러한 자료를 구비하기가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이 권리를 행사해 자료를 준비하면 된다.
 
손해배상 입증책임 주체 '소비자→금융사' 전환
상품 계약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를 입증하는 주체가 소비자에서 금융사로 전환되는 점 역시 금소법 시행으로 달라지는 점이다. 예컨대 불완전판매를 당해 금융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은 그동안 "금융사가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불완전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 소비자는 금융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6대 판매규제 가운데 '설명의무'에 대해서만 입증책임 주체가 바뀐다. 금소법(제44조)에 따르면 금융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히면 이를 배상해야 하며, 배상을 피하려면 금융사가 고의 및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한편 금소법이 시행됐지만 단위 농협 및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금융위원회에 상호금융 영업 행위를 감독할 권한이 없어서다.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수협은 해양수산부, 산립조합은 산림청,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각각 감독을 맡고 있다. 금융위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다음달 중 상호금융의 금소법 적용 세부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