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6개월 만에 관람료 1000원 인상 "생존 위한 선택"

2021-03-19 06:25

CGV는 오는 4월 2일부터 관람료 인상. [사진=CGV 제공]


멀티플렉스 극장 CJ CGV가 관람료를 인상한다. 지난 10월 인상 이후 6개월 만이다.

CJ CGV는 "코로나19 장기화에 국내 영화산업이 고사 직전에 놓였고, 위기 극복을 위해 4월 2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한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성인 2D 영화 일반 시간대를 기준으로 영화 관람료는 주중 1만3000원, 주말 1만4000원으로 조정된다. 3D를 비롯한 IMAX, 4DX, ScreenX 등 기술 특별관 및 스윗박스 가격도 1000원씩 일괄 인상된다. 장애인이나 국가 유공자에 적용되는 우대 요금은 인상 없이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CGV 측은 "코로나19 여파에 관객이 급감하면서 극장은 물론 투자·배급사, 제작사 등 영화 산업 전반이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 영화산업 구조는 전체 매출의 76%가 극장 관람료 매출에서 발생했다. 극장 관람료의 50% 이상이 영화 배급과 투자·제작사에 배분되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은 영화산업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전체 극장 관객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매출액도 2005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관객 수를 비교했을 때 2020년은 전년보다 73.7% 줄어 6000만명에도 이르지 못했다. 2021년에도 코로나19 3차 유행 여파가 지속돼 1~2월 누적 관객수는 2019년보다 87.9% 감소했고, 관객 감소폭은 오히려 더 증가했다.

이는 고스란히 한국 영화산업 생태계 전반의 위기로 돌아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이 급감하면서 배급사들은 기대작 개봉을 연기하고, 극장 개봉을 포기한 채 OTT로 직행하는 사례도 늘었다. 제작이 완료된 영화조차 개봉이 미뤄지다 보니 신규 제작 역시 줄줄이 중단되고, 영화가 개봉해야 일감을 얻을 수 있는 영화 홍보 마케팅업계 역시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적자를 이기지 못해 문을 닫는 영화 관련 업체들이 늘고 있으며 종사자들도 속속 업계를 떠나는 추세다.

CGV의 상황은 더욱 난감하다. 지난해 국내 매출 3258억원에 영업손실은 2036억원에 달해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CGV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일부 직영점의 일시 영업중단, 자율 무급 휴직 등 필사적인 자구노력을 시행하고 있지만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극장이 부담해야 하는 임차료와 관리비 등 고정비를 줄이기 힘들고, 안전한 관람을 위한 방역비 부담도 커졌다.

이처럼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CGV는 영화 개봉이 이뤄져야 영화산업 전체가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고 2월과 3월 상영부금 외에 관객당 1000원의 개봉 지원금을 배급사에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CGV의 적자는 더욱 쌓이며 경영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어려움이 지속되면 개봉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CGV는 이번 영화 관람료 인상을 통해 늘어나는 재원으로 신작 개봉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금 지급을 당분간 이어가기로 했다. 내부적으로는 뼈를 깎는 사업 개편과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생존 기반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다.

CGV 관계자는 "극장 및 영화업계 전반의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관람료를 인상하게 되어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적자폭이 더욱 늘어날 경우 극장은 물론 영화산업 전반의 붕괴가 올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 생존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