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진 "게임 즐기는 중장년, 웰빙지수 높아"

2021-03-18 13:02
이세연 박사과정·시정곤 교수 공저논문
50~60대 190명 대상 온라인 설문 연구
"사람 고립시킨다는 건 고정관념일 뿐"
"고령화 시대 '사회적 연결' 강화 수단"
"시니어가 새 수요층, 게임 다양해져야"

도영임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초빙교수(왼쪽)와 이세연 박사과정 학생. [사진=KAIST 제공]


디지털 게임을 즐기는 중·장년층이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보다 '웰빙 지수'와 '사회적 지지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임을 즐기면 웰빙 지수가 높아진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지만, '게임이 사람들을 고립시킨다'는 통념과 상반된 시사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계 주목을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도영임 문화기술대학원 초빙교수가 50~60대 중·장년층 1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구는 그간 게임 관련 연구 가운데 주목받지 못했던 중·장년층 게임 이용자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다뤘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아 국내에서 진행된 설문 연구임에도 국제 학술지에 게재될 수 있었다.

도 교수 연구팀은 게임을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는 이용자 그룹, 게임을 혼자 즐기는 이용자 그룹, 게임을 아예 하지 않는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각 그룹의 웰빙 지수, 사회적 지지 만족도, 게임에 대한 인식 차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디지털 게임이 사람들을 고립시킨다는 고정관념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얻었다.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게임을 혼자 즐기거나 아예 하지 않는 사람보다 웰빙 지수와 사회적 지지 만족도가 높았다. 게임을 혼자 즐기더라도,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보다 사회적 지지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중·장년층이 게임을 자주 즐길수록 게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높고, 게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을수록 웰빙지수와 사회적 지지 만족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게임을 함께 즐기는 경험은 고령화 시대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고, 혼자 즐겨도 정보 교류를 통해 타인과의 소통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장년층 가운데 게임을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는 사람, 혼자 즐기는 사람, 즐기지 않는 사람 간 설문조사 결과. [사진=KAIST 제공]


중·장년 게임 이용자들은 비 이용자들보다 "게임은 창의성이나 집중력 향상, 두뇌계발 등에 도움이 된다", '게임 활동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활동과 도전을 경험해 볼 수 있다", "가족이 같이 게임을 즐기면 관계에 도움이 된다" 등, 게임과 관련된 긍정적 인식에 더 많이 동의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비 이용자들은 게임 이용자들보다 "게임을 오래 하면 현실과 가상의 게임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고, 현실 감각을 잃게 된다", "게임은 그 자체로 중독성이 있다", "게임 때문에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불화가 생긴다"와 같은 부정적 인식에 더 많이 동의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장년 게임 이용자들이 주로 즐기는 게임 유형은 애니팡, 테트리스 등 퍼즐게임과 고스톱·바둑 등 온라인 보드게임 비중이 컸다. 연구팀은 "시니어들이 즐길만한 상용 게임 유형이 제한돼 이런 편중이 일어났을 수 있다"고 봤다. 또 "앞으로 시니어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을 제작하고 이들에게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게임 시장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떠오르는 시니어 게이머에 대한 지속적인 심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세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 학생과 시정곤 교수가 제1·2저자로 이 연구의 논문을 작성했다. 해당 논문은 지난달 27일자 국제학술지 '엔터테인먼트 컴퓨팅'에 '중장년 게임 이용자들의 공동 플레이와 사회정서적 지위 간 관계(The relationship between co-playing and socioemotional status among older-adult game player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 연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시니어 게임 플레이 지원 기술 및 게임 서비스 모델 개발' 과제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팀은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을 함께 즐기는 방식이 대면인지 비대면인지는 '사회정서적 지위(웰빙 지수·사회적 지지 만족도·사회적 고립도를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정도)'에 의미있는 차이를 나타내는 변수가 아니었다고 봤다.
 

중장년층이 주로 즐기는 게임 유형. [사진=KAIS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