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여정, 직책강등에도 여전한 위상...美장관 방한 앞두고 '기싸움'

2021-03-16 15:13
韓'압박' 美'경고'...김여정,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 전면 나설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사진)이 직책 강등에도 대미 경고 메시지를 내며 여전한 위상을 과시했다.(자료사진) [사진 =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직책 강등에도 대남·대미 경고 메시지를 내며 여전한 위상을 과시했다.

김 부부장은 16일 한미연합훈련 비난 담화를 통해 한국에는 강도높은 '관계 단절'을 예고하면서도 미국에는 '지켜보겠다'는 간결한 경고만 남겼다. 오는 17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동시 방한을 하루 앞 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조치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당 기관지 노동신문 담화를 통해 "대양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것이 좋을 것"이라고 간략히 경고했다.

북한은 남북군사합의서 파기와 대남기구 정리 등 담화의 대부분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비난으로 채웠지만, 핵심은 조만간 대북정책을 발표할 예정인 미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 방한 하루 전 담화가 발표됐고, 바이든 정부를 향해서 '미국의 새 정부'라고 표기하는 등 호전적 표현 없이 비교적 절제된 표현이 사용됐다.

이에 대해 왕시택 여시재 정책위원은 "절제된 표현을 사용해 북한의 현재 입장을 차분하게 표명한 것으로 즉각적 도발 행위를 통보하는 것이 아니고 대응 행동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남한과 미국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미 국무, 국방장관 방한 계기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담화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담화는 김 부부장의 대남·대미 총책임으로서의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 김 부부장은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공식 지위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노동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내려앉은 이후 처음 대미 메시지를 냈다. 향후에도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따라 김 부부장이 담화를 공개하는 등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여정을 통해 발산함으로써 무게감을 부여하고, 김여정이 실질적 대남대미 총책임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부장은 남한을 향해서는 담화의 대부분을 할애해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미국을 향해서는 간결하게 경고하면서도 한국은 압박해 대북정책을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 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우리의 정정당당한 요구와 온 겨레의 한결같은 항의규탄에도 불구하고 차례질 후과를 감당할 자신이 있어서인지 감히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늘 하던 버릇대로 이번 연습의 성격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며 실기동이 없이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콤퓨터(컴퓨터)모의방식의 지휘소 훈련이라고 광고해대면서 우리의 유연한 판단과 이해를 바라고있는 것 같은데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김 부부장의 이 같은 대남 압박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됐다. 김부부장은 지난해 3월 북한의 합동타격훈련에 대한 청와대의 우려 표명에 대한 비난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북한 코로나 상황에 대한 발언을 공격했다. 특히 지난해 6월 김 부부장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개성 남북연락사무소가 무너지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고, 북한은 실제로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